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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기 Mar 05. 2024

인성, 그리고 인생

한동안 인성 논란의 광풍이 몰아쳤다. 그 중심에 손 흥민 선수와 이 강인 선수가 있었다. 아시안컵 4강 탈락이라는 기대 수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후, 책임소재를 따지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얼마 전 이 강인 선수가 손 흥민 선수를 만나 용서를 구하고 사과의 글을 올림으로써 일단락 국면으로 들어갔지만, 이 강인 선수의 국대 선발 문제로 다시 한번 논란이 될 소지는 남아있다.


과연 새로운 감독이 이 강인 선수를 제외할 수 있을까? 나는 제외할 수 없고 제외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강인 선수를 대체할 만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충분한 매를 맞았고, 이제 어떻게 행동하는 게 맞는지는 깨우쳤다고 본다. 처음부터 두 선수의 인성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손 흥민 선수는 아버지로부터 엄격하게 인성교육을 받고 18세에 독일로 진출했으나, 이 강인 선수는 어린이 티를 벗어나지 못한 10세에 스페인으로 건너가 서구적 문화에 익숙해져 버렸다. 이 강인 선수가 한국적 바른 인성을 갖추기 어려웠음은 인정해줘야 한다.  


가장 큰 잘못이 있다면, 질서의 방향을 잡아주지 못한 리더십에 있다고 봐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축구선수들 간의 문제까지 양 극단으로 몰려가 갈라치는 분위기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미 맹목적인 추종에 의한 심각한 갈라침으로 나타나는 폐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그림은 모든 면에서 더 성숙해진 이 강인 선수가 월드컵의 영웅이 되는 것이다. 이제 여론의 방향타가 윈윈 하는 방향으로 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날아라 슛돌이' 프로그램에 나와 발군의 축구 실력을 보여주던 이빨 빠진 귀여운 모습의 이 강인 선수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전날의 불쾌한 기억도 잊은 채 물병 세우기 놀이를 하며 천연덕스러운 이 강인 선수의 모습을 보았다. 십칠 년이 지나, 무엇 때문에 불편하게 바라봐야 하는 호감도의 변화가 왔는가? 이러한 변화 요인 중심에 '인성'이 있다. 이번 논란을 목도하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인성의 사회적 기준에 못 미치는 게 개인에게 얼마나 많은 불이익을 주게 되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십칠 개월여 이곳에 근무하면서 인성 쌈 싸 먹은 사람을 두 명 만났다. 한 명은 겨울철에 보일러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안하무인 언행을 보였다. 관리실 사람들과 통화를 하면서 경기를 일으키게 하였고, 영문 모르고 방문했던 나에게 포악한 언행으로 인내력을 테스트하게 만들었다. 여기까지야 기분이 앞서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쓰레기봉투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버린 것은 최악이었다. 새로운 다크호스는 정당한 안내에도 단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관리실 여성들과 나에게 위협적인 언행으로 시험에 들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서 고의적 상습 주차위반과 쓰레기 무단 방출로 여러 사람을 괴롭힌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 사람들은 지금 여기에 없다. 재계약이 불발되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결정은 부동산 회사에서 했지만, 관리실 사람들의 영향이 있었다. 다른 입주민의 쾌적한 주거 환경을 해치는 사례는 기록으로 남겨지고 재계약 시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좋은 입지 조건 때문에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니까, 굳이 다른 입주민에게 불쾌한 기분을 안겨주는 사람을 그대로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결국 그들이 보여준 나쁜 인성으로 인해 그대로 거주하고자 했던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두 사람 사례의 공통점이 있다. 먼저, 말이나 태도가 거칠다. 말 그대로 기분이 언행으로 나타난다. 다음은, 언행이 일치가 안된다.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원리원칙은 잘 따지면서도, 이율배반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즉 자신의 이익과 관련이 없으면 공공의 질서는 가볍게 어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자신이 한 행동으로 인해 타인이 느낄 불쾌감에 대한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이 강인의 경우도 일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성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후천적으로 주어지는 환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은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부모, 가족, 문화, 사회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후천적 형성 요인은 바꿀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후천적인 요인을 어떻게 형성해 나가느냐에 따라 바른 인성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후천적 형성 요인이 '성적 지상', '물질 만능' 등 한쪽 방향으로 경도되어 있으면, 바람직한 인성이 형성될 수 없다. 나는 바람직한 인성 형성을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로 '배려', '존중' 그리고 '협력'을 들고 싶다. 세 가지 가치에는 모두 타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겸양 의식이 깔려있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첩경은 바람직한 인성을 갖추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험한 길을 불필요하게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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