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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스토리텔링 Nov 29. 2022

11월을 보내며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싶다면

산악자전거 그 쌉쌀하고 달콤한 유혹

달리기 1670.5km, 자전거 3428.4km, 스트라바에 찍힌 오늘 기준 올해의 달리기 기록이다. 두 발로던 자전거로던 이십 년이 넘게 이렇게 달리고 있다. 아니 처음 자전거를 배웠던 어린 시절부터 포함한다면 사십 년이 넘도록 이렇듯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걸까.  


내가 사는 동네 앞에는 과거 감옥으로 쓰이다 아파트 단지로 개조한 타운이 있는데 그 타운을 주위로 공원이 있고 공원 바깥쪽으로는 산악자전거 트레일이 있는 작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주중에 두세 번은 일이 끝나고 자전거를 타러 가는 게 밥을 먹는 것처럼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겨울을 향해 치달아 뚝 떨어진 기온으로 자전거 타기엔 꽤 추웠으나 오늘도 일이 끝나고 그곳으로 자전거를 타러 갔다. 늦은 11월 수북이 쌓인 낙엽 위를 사각사각 달리며 다람쥐들은 도토리를 주워 나르느라 분주하다. 이 트레일의 묘미가 굵은 나무 뿌리가 땅 위로 울퉁불퉁 솟아있고 돌부리가 올라온 꼬불꼬불한 급 코너가 많다는 것이다. 요즘은 낙엽이 쌓여 바닥이 보이지 않고 미끄러워 조금 위험하기도 한데 오늘은 이런 코너를 돌다 넘어지면서 비탈진 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산악자전거를 탈 때는 나무뿌리와 돌이 많은 곳에서는 페달이 걸리지 않도록 수평을 유지하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두고서 도는 방향으로 멀리 보아야 한다. 어쩌다 보니 오늘은 몸의 균형을 잃어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생각해 보니 우리의 삶도 자전거 타기와 꼭 닮았다. 울퉁불퉁 꼬불한 돌길에서는 늘 마음의 균형을 잃고 쉽게 넘어지곤 한다.  


그런데 산언덕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문득 스치는 생각이 난 죽으면 어쩌면 저 산속의 나무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콧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상긋한 낙엽 냄새 그 나무들의 냄새와 어우러진 늦가을 저녁 공기의 차갑고 싸한 향기, 우뚝 선채로 산속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 또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얼굴 위로 쏟아지는 때늦은 11월의 석양은 어찌도 그리 아름답던지. 달리다 넘어져 굴러 떨어졌을지언정 크고 작은 일상의 무게들이 얼음조각처럼 부서져 내리며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어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싶은 몰입의 순간이었다. 11월의 싸늘한 낙엽냄새를 맡으며 오늘 자전거 타러 가는 거 어떨까요. 


굴러서 드러누운 채로 11월의 앙상한 나무들을 셀폰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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