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과거 운동선수 시절 화려했던 체력과 신체의 영광은 이미 녹이 슨 트로피처럼 장롱 어딘가에 처박혀 있듯. 현재 나의 몸상태는 낡아버린 관절인형 처럼 되어있었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오가듯 나의 몸도 관리하다 안 하다 하다 안 하다. 게으름과 꾸준함 부족으로 방치를 하다 결국 완전 방치까지 간 상태.
나와 마찬가지로 같이 사는 친구도 거의 동병상련. 이 친구도 화려한 과거의 체력을 회상하며 아픈 무릎을 문지르고 있다. 난 그렇게 같이 쇠약해 가는 친구에게 한마디 했다. "야 좀 뛸까?" 친구왈 "오키 내일부터 고"
집 주변에 뛰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고 (네이버 지도와 머릿속 기억을 최대한 끌어와서) 결정하는데 10분 만에 선정 완료. 그 장소를 몇 번 지나치면서 봐온 터라 런닝하기에 괜찮겠다고 단번에 결정했다. 공원도 있고, 런닝하는 사람들도 꽤 있고, 코스도 오르막 내리막 적절하고 뭐 뜀박질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장소에 도착하여 나는 친구에게 뛰기 전에 스트레칭이 가장 중요하다며 몸소 보여주며 자랑스럽게 스트레칭 가르치기를 시전 하였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친구왈 "아 난 뭐 가볍게 다섯 바퀴 정도 뛰어야겠다" 음 여기 한 바퀴가 대충 2킬로 정도 되는데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친구의 포부. 결국 이 친구는 1바퀴 뛰고 걸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다 풀고 뛰기 시작했다. 옛 체력을 기억하며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뛰었다. 안 쓰던 근육들은 놀라서 난리가 났지만 진정시키며 뛰기를 지속했다. 안 좋은 노폐물이 입으로 나오나 싶다. 뱉어도 계속 나는 그것들. 땅에게 미안하다.
삐걱삐걱 한 바퀴를 어떻게 잘 페이스를 조절하며 헥헥 거리며 뛰니 두 바퀴째는 그래도 호흡이 안정적으로 돌아오면서 전 1바퀴보단 조금 여유 있게 뛸 수 있었다. 친구는 뒤에서 걸어오는 중. 자신만만했던 포부는 어디 갔을까. 무릎 아프다며 걸어오는 중.(원래 무릎이 안 좋았음)
뛰면서 느껴지는 상쾌함과 보람찬 기운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더 좋았던 건. 뛰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생각들. 뭐 과거의 실수부터 앞으로의 계획 또는 자아성찰과 반성등. 이래서 과거에 아픔을 겪었던, 또는 무기력하거나 삶이 힘든 사람들이 달리기로 극복을 했다는 게 이런 것인 걸까.
앞으로 꾸준히 달리기를 한다면 삐걱거리는 몸도 유연해지고 정신도 더 유연해질 것 같다는 긍정적인 감정이 공허한 마음의 공백을 채워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꾸준함이 밀애다. 앞으로 꾸준하게 달리기를 했으면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노력도 재능이라고 꾸준함도 노력에 포함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