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었어
깊고 또 어두운 길
끝이 있을까 두려운 길
시간이 더해지면 꿈은 더 생생해져
좁은 통로를 지나느라 가슴이 꽉 막히고
겨우 눈을 꿈뻑이면 영영 답답해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곤 해
언젠가는 검푸른 무언가 나를 꿀꺽 삼키고 아무 일 없던 듯 살아갈지도 모르지
아무 병도 없다고 여기며 태어난 나는
잠시 기뻐하고 오래 무서워하며 살아
좁은 것도
높은 것도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기약이 없는 것도
짧은 손가락까지 걸어낸 약속도
나는 점점 다 무서워져
걸어
한 걸음씩
태어난 김에 산다는 건
한심한 마음인 줄로만 알았는데
나는 가끔 지나치게 버거워져
그러니까
질끈 감고
걷는 수밖에
숨은 얕게
보폭은 좁게
아직 너무 빠르지 않게
밝은 숲을 걷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