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나를 반기는 방법

: 마음대로 포기할수도 없는 일

by 에트바스

제주섬으로 떠나리라 결정하자마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육지에서 바다 건너 제주의 일자리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면접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오갈 수는 없었으니까. 몇몇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고, 다행히 마케팅 업무를 원하는 작은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볼 수 없는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사장님과 전화면접을 봤고, 그러는 동안 그와 나는 회사의 비전까지 공유하는 사이가 됐다. 일주일 세 번의 근무. 제주까지 가서 매일 출근해야 한다면 좀 서글플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주 3회라니! 이건 내게 딱 맞는 근무환경이었다. 한 시간여 통화 끝에 돌아오는 월요일에 첫 출근을 확정하고, 거기에 맞춰 제주로 내려가는 일정도 앞당겼다.


오름을 오르거나 바다를 구경하는 일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밥벌이였다. 한 날, 어느 시인은 아비가 되어 밥벌이의 고단함에 대해 노래한다. 아비도 아닌 나는 그 시를 읽고 가슴이 아렸다. 어렴풋하게나마, 아니 그것보다 조금 선명하게 알고 있었다. 먹고사는 일이 얼마나 고단하고, 치사하고- 더불어 마음대로 포기할 수 조차 없다는 것을. 먹고사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또 일을까. 그래서 그만큼 대단한 사명이 또 있을까. 나는 기꺼이 그 일을 해내기 위해 발버둥 쳤고, 발버둥은 필연적으로 이어져야만 했다. 그건 제주라고 해서 예외일리 없었다.





제주여객터미널에 도착해 스탭 업무를 하기로 한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숙식을 해결하고, 얼마간의 월급도 받기 위해서였다. 도착한 곳에는 매니저라 불리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가 말하는 내 근무환경은 인터넷 공고문에서 보고, 매니저에게 들은 것과는 딴판이었다. 격일 근무에서 1일 쉬고 이틀 일하는 것으로 늘고, 급여는 2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줄었다. 그는 내가 토를 달 새로 없이 이 조건이 싫으면 나가도 된다고 했다. 이건 공고문과 다르지 않냐고 했더니, 그건 자기 알바 아니라며 나몰라라 했다. 그 무렵 제주에는 스탭을 구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았다.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른 곳이었다. 그렇다고 방금 막 내려놓은 짐을 다시 챙겨 나갈 수도 없었다. 그래, 겨우 한 달이니까 참고 있어 보지 뭐.


대충 짐을 풀어두고, 이번엔 아르바이트하기로 한 사무실을 찾아갔다. 며칠 전 통화했던 사장님은 나를 보자마자 회사일에 대해 고민을 늘어놓았다. 전에 들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나는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 사실 이미 다른 사람을 채용했어요.

- 네? 저보고 출근하라고 하셨잖아요?

- 안 올 수도 있잖아요.


그 며칠 새 내가 안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을 채용했다나 뭐라나. 다음 말은 잘 들리지 않았고, 달리 덧붙일 말도 없었다. 지금 뭘 말하든, 나는 이곳에서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