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는 이렇게 산다.

[나는 미술 선생님] 아이들의 기억에 나는 존재할까?

by K써니

내 또래의 오랜 경력을 가진 강사들처럼 수많은 제자가 있지는 않지만 그동안 짧게든 길게든 가르쳤던 제자들이 대략 100~150명은 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들을 기억할 수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했던 상황들과 몇 명의 아이들에 얼굴은 아직도 선명할 정도로 기억이 나곤 한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다.


나를 기억하기라도 할까?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 어린아이는 4살부터 많게는 중학생까지 있었다. 물론 이미 일부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것이고 지금은 나처럼 사회인이 되었을 것이다. 거의 40여 년을 살며 스쳐 지나갔던 인연들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그럴 것이고 어린아이일수록 더욱이 기억이 짧기에 내가 그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이 무척 궁금하다. 하지만 알 길은 없으니 그저 궁금증일 수밖에 없더라. 더욱이나 강사를 할 때면 나의 개인적인 정보를 최대한 아껴 사적인 것으로 엮이지 않도록 했으니 나를 찾을 방법조차도 없을지도 모른다. 요즘 같이 SNS이 발달된 이 시점에도 나는 그저 한 발치 멀리 있는 사람 이어야 했다.


내가 운영하는 학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하기엔 사실 사적인 부분까지 들어오기에 개인적으로 나는 그 부분을 환영하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가끔 연락처를 묻거나 나 나이를 물어볼 때면 모든 것은 비밀이었다.


"선생님 나이가 몇 살이에요?"


-"음~ 499살! 선생님은 마녀라서 내년에 500살이 된다."


"에이~ 선생님 진짜 나이가 어떻게 돼요?"


-"비밀이야~ 쉿! 이거 하자~"


하고 순식간에 다른 것으로 유도해서 내 나이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나이라는 게 공개됐을 때 미치는 영향이 있다. 너무 어리면 소위 말하는 초짜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혹은 어리기에 아이를 관리 못하리라 생각하기도 한다. 또 부모님과 또래이면 아이들이 불편해할까 그저 장난으로 넘기곤 했다. 이래저래 비밀이 많았던 것이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의 정보를 아끼는 것은 분명 나에게 있어서는 이점이 있기에 나는 여전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아이들이 나의 전화번호를 물어볼 때에는 나의 번호를 칠판에 이렇게 적어줬다.


'010-0000-0000'


혹은


'010-1004-1004'


이역시도 나의 농담과 함께 가볍게 넘기기 위한 나의 방법이었다. 나의 정보를 아는 것은 좋으나 무작위로 연락 오는 것도 그렇고 아이들의 삶에 너무 깊은 관여가 되지 않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고 나의 SNS을 공유하며 그렇게 일을 해나가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그렇게 내적 친밀감이 더욱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이렇게 개인적인 연락처가 있음에도 나에게 사소하게 연락을 하는 학부모님은 아직 뵙질 못하였고, 그저 아이들은 나의 이름이 궁금해 한 번씩 물어보면 답을 해줄 뿐이다. 그리고 나의 이름을 아이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는 시점 한 번씩 자연스레 얘기하는 것 보면 그렇게 날 기억해줄 수도 있겠구나 싶다.


기억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 왜곡이 되며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나는 누군가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기억되는지 궁금할 뿐이고 기억해준다면 그 아이들의 어린 시절에 좋은 영향을 주었던 사람으로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항상 나를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한 순간순간을 위해 조건반사적인 듯 물음에 대답해주고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노력한다. 사소한 한마디에도 누군가에겐 큰 위로도 그리고 다음을 나아갈 힘이 될 테니 말이다. 그렇게 매 순간을 묵묵히 이어나가다 보면 비록 아이들이 나를 기억할지 몰라도 어린 시절에 좋은 선생님쯤으로 혹은 내가 가르쳐주는 미술을 좋은 과목으로 생각해주지 않을까 한다.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하는데 갑자기 나의 질문에 배시시 웃는 아이들이 떠오른다.


"xx야 너는 선생님이 좋아?"


-"헤헤헤"


"xx야 선생님 안 보고 싶었어?"


-"... 헤 보고 싶었어요.(수줍은 미소)"


"xx야 왜 이리 많이 얘길 해?"


-"선생님이 좋으니까 그렇죠!"


가끔 아주 대담하게 나에게 좋다며 고백을 하기도 하고,

좋다는 표현은 못하지만 낯가림하는 아이가 나에게만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며 본모습을 보여주고,

조용히 나에게 귀여운 선물을 전해주고,


이 모든 마음이 아이들의 마음을 테니 먼 훗날 날 기억하지 못할지언정 나는 이 순간 사랑을 받으니 나 스스로라도 기억하면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나라도 그 아이들을 기억해주고 많은 시간이 지나도 그때 좋았던 기억을 차근차근 잘 담아봐야겠다.



P.S

매 순간 너희들을 내 눈에 마음에 담고 있어,

한순 순간이라도 나에 함께이기에 내가 선생이라는 존재로 존재하겠지.

고마워, 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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