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만의 특별한 선물들

[선생의길]관심과 사랑이 나의 생각들에 담긴다.

by K써니

어른들이 그러하듯 아이들 역시도 누군가에게 마음 전한다. 그 마음의 크기는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그 선물을 준비했을 때만큼의 노력과 정성 그리고 그 마음은 겉으로만 번지르하게 하는 어른들의 표현법과 사뭇 다르게 순수하고 솔직하다.


내가 미술선생이기에 아이들에 가장 많이 받는 선물은 역시나 자신이 그린 그림들이다. 문득 내가 떠오른 건지 어떤 건지 보이는 않는 순간에도 그 조그만 아이에게 나의 모습이 깃들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나라고 그려준 모습은 대체 이게 나인가 싶을 정도로 그냥 사람 형체만 알아볼 정도이지만 아직 어린아이에겐 이 또한 큰 노력이었으니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가끔은 아이들이 편지를 써준다. '사랑해요'라는 예쁜 멘트가 담겨있다. 쑥스러워서 말로는 못하지만 글로는 표현이 가능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편지지나 고급스러운 무엇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지고 놀던 아무런 종이에다 쓰윽 써서 주기도 한다.


그 또한 아이들의 순수함인 것 같다.


그저 마음을 전하고 내가 좋다는 것뿐이니 대단하거나 거창할 필요가 없다.


예전에는 이러한 조그만 조각들도 모두 모아두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잡다한 쓰레기가 되어 나뒹구는 것을 보고 그때그때 정리하기를 시작했다. 사진을 한 장 찍어두고 이내 쓰레기통으로 쏙. 누군가는 아이들의 정성을 그렇게 버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정말 잡다한 것이 많기에 어쩔 수 없다. 미술이라는 과목의 특성상이랄까? 아니면 모든 아이가 그러는지 모르지만 꼬마들은 특히 정말 잡다한 잡동사니를 나에게 준다. 주워온 나뭇조각, 쓰다만 볼펜, 자기가 좋아하는 스티커 등등 매번 왜 이리도 스티커를 붙여주고 주는지 마음은 고맙지만 거절을 하고 싶을 때가 많다. 은근슬쩍 놓고 오면 또 그것을 챙겨주니 별수 없이 다 받아주기로 했다.


비록 선물은 쓰레기가 될지라도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니 아이들의 마음만큼은 듬뿍 그리고 감사하게 받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내 마음에 그 마음을 담고 추억은 담아본다. 차마 말로 못하던 마음을 아이들은 그렇게 전하는 거겠지 그리고 내가 좋으니 나눠주겠지 하는 마음이 들면 왠지 미소가 지어진다. 가끔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미소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다. 수업 중에는 아이들과 교감보다는 교육에 필요한 무언가를 말하기 바쁘지만 아이가 조용히 집중할 때 보면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이 선물을 주는 마음이 가끔 지어 보이는 내 미소가 진심으로 와닿아서였으면 좋겠다.


어떤 어른들은 아직 어려서 아직은 덜 자라서 잘 몰라 저런 선물을 준다며 핀잔을 줄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아이들의 세상에서는 그게 당장 가장 큰 거고 소중했던 것이라도 나눠준다는 자체의 행위가 큰 것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자기중심적이어서 누군가에게 나누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가끔은 떠올려본다. 내가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구나, 그런데 나는 왜 다른 사랑을 찾아 그렇게 헤매는 것일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물론 교육자로서 선생님으로서 아이들과 교감을 이야기하며 다른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도 웃기지만 사람이라는 게 그런 생각이 교차하며 들 때가 종종 있는 것이니 이 또한 사람으로서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선생도 사람이고 학생도 사람이고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교감하며 사랑을 나눈다.


누군가는 보상을 대가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하지만 특히 미취학 아동들을 가르치며 느낀 것은 결코 대가만으로는 그들과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작게든 크게든 아이들의 그런 사랑을 받아줄 수 있는 마음도 그리고 어떤 것이라도 조그맣게라도 나눔이 있어야 하는 그릇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을 품어줄 마음이랄까?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선생이라는 최소의 뜻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행동 하며 조금은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정도의 그릇 말이다. 아직은 나에게도 어려운 부분이고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어쩌다 보니 교육철학적인 부분까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이들이 전해주는 선물을 생각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나는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그 선물을 받을 만한 선생일까?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떤 길을 안내해야 할까?


나는 어떤 선생일까?


등등 수많은 생각들이 그 아이들의 선물을 준 마음에 담겨 실려온다.


매번 나는 아이들이 준 선물을 받고 좋아해 준다. 대단히 극적으로 좋아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스티커 같은 것은 2~3주 정도 핸드폰 케이스에 붙여준다. 그리고 더럽고 해지면 어느 순간 정리할 거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때가 되면 또 아이들이 새로운 스티커를 붙여준다. 그렇게 아이들도 나에게 계속 나눈다. 그리고 나도 나눈다. 아이들이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지만 작게나마 그 아이가 더 큰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끔 살며시 얘기해준다.


"너의 마음에는 큰 우주가 담겨 있어. 그래서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겠지만 살면서 어느 날 문득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했던 그 말을 어렴풋이 떠올려보길 바란다. 그리고 어른이 된 아이에게 조금은 희망적인 길을 찾길 바라본다.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그렇게 아이들이 담은 선물에는 내가 그들을 향해 또 다른 마음이 담긴다.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하나씩 차곡차곡 더 큰마음이 쌓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난 또 아이들과 함께한다.


오늘도 아직은 미성숙한 선생의 길을 걷는다.


뚜벅뚜벅


아이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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