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달인

엄마는 사랑을 잘하니까

by 글짓는써니

"괜찮아. 엄마는 사랑을 잘하니까."


아이의 칭찬이자 위로, 아이는 이렇게 또 한 번 더 엄마를 용서한다.



종일 무탈했다. 마음껏 늦잠을 자도 되는 날, 아침부터 부둥켜안고 내내 침대를 뒹굴었고 서로의 입냄새에 오만상을 쓰며 놀려대기도 했다. 간단한 토스트로 아침을 때웠더니 설거짓거리도 얼마 나오지 않아 그냥 담가두고 가볍게 뒤돌 수 있었고, 특별한 일정도 의무도 없는 날이었기에 온종일 머리를 대었다 부둥켜안았다 책을 폈다 덮었다 하는 그런 날이었단 말이다.


"악!"


뭔가를 밟았다. 제대로 밟았는지 우직 소리가 났고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몇 번이고 치우라고 입이 아프게 얘기했던 블록의 한 귀퉁이였다. 심지어 여섯 개의 꼭지가 뾰족뾰족 도드라진... 힘 있게 밟은 탓인지 육중한 무게 탓인지 뾰족했던 한 귀퉁이가 부러져 뭉뚝해졌다. 순간 아픔과 화가 동시에 치밀어 소리를 박박 질렀다. 몇 번이나 치우라고 하지 않았냐고. 이거 보라고. 물건도 망가지고 발도 아프지 않냐고. 도대체 왜 매번 말을 해도 듣지를 않는 거냐고.


사색이 된 아이의 표정은 두려움과 미안함, 걱정,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 뒤엉켜있었다. 그 마음을 빤히 알면서도 화가 쉬이 가라앉지 않아 뾰족한 말로 아이를 찌르고 또 찔렀다.




항상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사건에 대한 기억보다 나 자신에 대한 책망만 남는다. 어른답게 조금 더 근엄하게 화내고 담백하게 일러줄 수 있었건만 악쓰고 째려보며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최악이었다. 이럴 땐 무엇보다 빠른 사과가 우선이었다. 깨달았으니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인정과 사과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아까는 너의 잘못에 비해 내가 심했노라고. 어른이니 아이보다 잘 참고 알려주었어야 하는데 너무 아프고 화가 나서 그러지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앞으로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겠노라고. 거의 정석에 가까운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고 아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모든 걸 이해했다. 아이는 항상 엄마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잠자리에 누워 같은 책을 보고 서로 콧바람을 불어가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의 엄마는 빵점이었다고 스스로 매긴 점수도 아이에게 일렀다. 반성의 시간이었다.




아냐 괜찮아. 엄마는 사랑을 잘하니까.


풀 죽은 엄마에 대한 위로와 칭찬이었다.

엄마의 토스트는 저기 앞의 이삭토스트보다 맛있고 엄마가 안아주면 마법같이 마음이 포근해지며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 제일 재미있다고. 엄마는 나를 사랑해 주는 걸 가장 잘한다고. 그러니 다 괜찮다는 아이다운 위로가 이어졌다.


다행히 아이는 썽내고 뾰족했던 엄마만 기억하지는 않았다. 아이의 머릿속엔 어른답지 못하게 악소리를 낸 나도 있었지만 매일 부대끼고 먹이고 안아준 나도 있었다. 아이 말대로 나는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미리 차고 넘칠 만큼 사랑을 넣어두었더니 약간의 손실은 크게 티가 나지 않았나 보다. 아이의 말 덕분에 조금 더 어깨를 펴고 고개를 들어도 될 것 같아졌다. 하루 한 귀퉁이, 못난 내가 있었지만 그게 내 전부는 아니었다. 아이의 위로가 제법 크고 푸근했다.





아이는 항상 이런 식이다. 내 한 귀퉁이만 보고 전체를 오해하거나 단정 짓지 않는다. ‘너는 그러했으나 그게 네 전부는 아니야.. ’ 어찌 보면 하나로 모든 걸 판단하는 어른보다 몇 배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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