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처럼 말했어

내가 이겼지?

by 글짓는써니

나는 햇살처럼 말했어.

그래서 내가 이긴 거야.

햇살이 더 힘이 센 거니까."


바람같이 말을 불어대는 나보다

햇살처럼 말을 비춰주는 네가 훨씬 더 세더라.




"엄마엄마! 오늘 시언이랑 주헌이랑 엄청 떠들었다. 선생님 말씀도 안 듣고,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양 손바닥을 하늘로 보이며 고개까지 갸우뚱하는 꼬맹이다.

"엄마, 그래서 내가 '조용!' 그랬어."


가끔 무슨 다 큰 아이처럼 친구의 어리광스러운 행동들에 입을 삐죽거릴 때가 있다. 이럴 땐 꼭 맞장구치며 뒷담화좀 하자는 동년배 친구 같다. '너나 잘하렴'이라는 말이 목 언저리에서 맴돌지만 절대 입 밖에 내놓지 않는 것이 나만의 규칙이다. 난 이 작은 친구의 쫑알거림을 사랑하니까.


적당히 편을 들어주다가 엄마 특유의 노파심에 잔소리가 끼어들었다.

"오오, 아인인 바르게 있었구나. 으유 주헌이 왜 그랬대. 친구들도 정말 시끄러웠겠네. 근데 그래도 친구한테 너무 큰소리로 나쁘게는 말하지 말자. 그러면 친구도 부끄럽고 아인이도 똑같이 시끄러워지니까."


지나가는 남편이 거든다. "니네 엄마는 큰소리 안 내고도 다 이겨. 소리 안 질러도 돼." 무슨 맥락인진 모르겠지만 그냥 살살 이야기하라는 깊은 뜻이라 생각한다.


"아닌데, 엄마가 예전에 나한테 화내고 소리 질렀는데!! 하지만 나는 햇살처럼 말했어. 그래서 내가 이긴 거야."




햇살이 더 힘이 센 거니까.








해님과 바람의 이야기.


지나가던 나그네의 옷을 벗기자던 해님과 바람의 내기에서 결국 따스한 해님이 이겼다는 이야기를 잠자리에 누운 채로 비몽사몽 나눈 적이 있었다. 바람의 강인함보다 해님의 따사로움과 다정함이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며 나누었던 이야기가 이 친구는 꽤 인상적이었나 보다.


"아아 그렇지, 해님이 이기는거지."


그 순간을 한 번 더 짚었다. 그런 깨달음을 가슴에 품고 산다면 앞으로 겪을 인생의 모난 일들에도 햇살 같은 미소와 언어로 대응할 수 있을 테니. 그래, 나에게 하는말이었을지도.




인상 쓰고 소리 지르고 화내는 사람보다 다정한 사람이 더 힘이 세다고 나는 믿는다.

삶이란 그리 녹록지 않기에 이 험난한 세상에서 다정함과 따스함을 가슴에 지니고 살기가 얼마나 팍팍한지 알기에. 마음 구석 저 어딘가에서 온데간데없이 꺼져버리기 쉬운 그 다정함의 작은 불씨를 지켜내기 위해선 얼마나 큰 마음의 힘이 필요한지 짐작하기에 그런 강인함은 결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 작은 친구가 계속 '햇살 같은' 따스함과 다정함을 잃지 않기를.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딱 그만큼의 다정함을 발휘해 뭉근히 엉덩이를 들이밀어 옆에 앉고 싶은 든든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아무래도 나는 앞으로도 이 아이에게 계속 질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햇살 같은 미소에는 아무리 센 바람이라도 당할 재간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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