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장했나 봐
엄마, 내가 성장했나 봐.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고 온 날.
꼬맹이는 몸치다. 춤이면 춤, 그네면 그네, 줄넘기면 줄넘기. 뭐 하나 수월하게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오죽하면 그냥 평지에서 뛰는 것마저 여전히 어색하고 아기 같다. 어딘가 뒤뚱뒤뚱. 주먹을 꼭 쥐고 욕심만은 우사인 볼트 저리 가라 뛰지만 영 속도가 나지 않고 보기에 우습기 짝이 없다.
몸놀림이 좋은 친구들이 하나 둘 자전거 보조 바퀴를 떼기 시작했다. 앙증맞게 뒷바퀴 양쪽에 달려 있던 아기 바퀴들을 뗀 친구들은 그간 묵직해 달라지 못했던 양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바람을 가르고 턴까지 하며 다시 돌아오는 폼이 세상 가벼웠다. 그 모습을 보며 덩달아 두 발자전거를 타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호기롭게 아기 바퀴를 떼고 온 자전거는 어느새 현관 앞의 정물이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리저리 그냥 보내고 해가 넘어갔다. 큰맘 먹고 샀던 신식 자전거는 어느새 구식이 되었다.
다시 돌아온 가을, 자전거 타기 딱 좋은 계절이었다.
"처음 두 발 자전거 타는 날을 사람은 잊지 못한대. 그 평생 잊지 못할 기억에 아빠가 함께면 좋지 않을까?"
신랑을 구슬려 아이와 내보내고는 집 안 청소를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화벨이 신나게 울렸다.
"아인이 엄청 잘 타는데?! 몇 번 밀어주니까 그냥 혼자 타!!"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을 보내며 몸치 꼬맹이는 스스로 자전거를 익히고 있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래도록 그늘에 서 있었던 자전거는 그날 원 없이 햇볕 아래 쌩쌩 달렸다.
우리는 자기 전 그날의 일과를, 행복을, 감사를 되짚는다.
"엄마, 나 성장했나 봐."
자기 전 한껏 의기양양해진 아이의 말이었다. 오늘은 왠지 자전거가 그냥 타졌다고. 예전에는 잘하려고 해도 이리 쿵 저리 쿵 넘어졌는데 아무래도 자기가 언니가 되어서 그런 것 같다고. 내일은 더 성장할 테니 더 잘 탈 수 있겠지 않냐는 말에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이 너무나 맞았다.
다른 아이들이 보조바퀴를 뗀 들 쌩쌩 달리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꼬맹이의 속도로는 '오늘', 오늘이 딱 자전거 타기 좋은 날이었던 거다. 그간 아직 자전거를 탈 만큼 성장하지 않았던 것일 뿐 '자전거도 못 타는 애'는 아니었던 거다.
빠른 것이 무조건 좋고 느린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빠른 것을 동경한다. 높은 것이 무조건 좋고 낮은 것이 나쁜 게 아님에도 우린 높은 것을 동경한다. 내가 조금 더 먼저, 조금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 나쁜 것은 아니나 뭐든 그리 조급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한 번 더 가다듬었다.
나 역시 아직 시간이 덜 된 건지 모른다. 적당한 때가 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며 스스로 익히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이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도 계속 이렇게 어느 방향으로든 성장한다. 언제 어느 순간 내내 서있던 자전거처럼 쌩쌩 달릴 날이 올지도 모른다. 쨍한 햇볕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