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바 마스터

by 글짓는써니


엄마는 동생이 꽤 클 때 까지도 업고 다녔다.


다 큰 남자아이를 좁디좁은 등에 업고는 한 손으론 내 손을 꼭 잡고 이리저리 다니던 기억.




우리 엄마는 키가 작다.

150도 되지 않는 엄마는 지금도 항상 높은 신발을 신는다.

"아유~나는 왜 크다 말았나 몰라~"

"그러게~울 엄마는 왜 크다 말았대~"


그 작은 엄마가 우리를 안고 업고 다니던 걸 한참이나 잊고 살았다.





옛날에는 포대기가 익숙했다. 애기 엄마들은 누구나 코찔찔이를 하나씩 등에 업고 이불 반토막만 한 포대기를 둘러 앞섶에 꽁꽁 묶었다. 대롱대롱 매달린 애기는 엄마 등에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꼬맹이를 낳고 나서 언제부턴가 아기띠로 아이를 마주 안고 온데 군데 다녔다. 몰캉한 아이와 맞닿아 보내는 시간이 참 좋았다. 폭 안겨 있다가도 잠깐 든 고개에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찌나 예쁜지 마음이 둥실둥실 뜨는 것만 같았다.



생소하던 아기띠가 궁금했던 엄마도 이리저리 둘러보고 메어보고 하셨지만 영 마뜩잖은 모양이었다.


"아유~이리~어부~바!!"


낯설고 불편해할까 걱정했던 맘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는 이내 한쪽 볼을 할미 등에 꼭 붙이고 주먹을 쥐었다. 등에 업혀 편안해하던 아이의 모습도 생소했지만 그보다 더 신기했던 건 거의 30년 만에 보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꼿꼿이 서서 작은 아기를 등에 올려 양손을 꼬옥 맞잡아 아이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엄마의 입가에는 순한 미소가 배어 있었다. 힘드니 이제 그만 하라는 만류에도 무겁지도 덥지도 않은지 한참을 그리 업고 다녔다.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내내 평온했다.


"우와~우리 엄마 어부바 마스터였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어부바지만 어부바 마스터와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나도! 나도 업어볼래~"


가까이 선 엄마가 아무리 도와줘도 허리가 영 펴지지 않았다. 허리를 펴자니 아이는 뒤로 꼬꾸라질 것 같았고 그대로 있자니 아무리 봐도 업은 게 아니라 말 태우는 모양새였다. 당장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판이었다. 내가 영 어려우니 아이 역시 편할리 없었다.


역시 어부바 마스터는 신입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경력자의 공력은 역시나 함부로 넘볼 수 없었다.



'이 엄마 대체 우릴 얼마나 업어준거야~'







이제는 5살이 된 꽤나 묵직한 꼬맹이는 지금도 작디닥은 할미 등에 포옥 업히곤 한다. 커다란 아이를 업고 나면 안 그래도 작은엄마가 더 작아 보인다. 엄마는 역시 덥지도 무겁지도 않은지 꼿꼿이 선 채로 한참을 업고 거니신다.


꼬맹이를 업고 앞서 걷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30년 전의 순~한 엄마의 얼굴이 보인다.


그 얼굴을 보는 게 좋아 오늘도 다 큰 딸은 어부바 마스터에게 어부바를 가르쳐달라며 졸라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