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같이 하늘나라에 가자

by 글짓는써니
엄마 우리 하늘나라에 갈까? 같이 하늘나라에 가자



헉. 할아버지가 어디 계시냐는 물음에 '하늘나라'에 계시다고 이야기한 게 화근이었다.






어느 정도 크고 할머니가 아닌 할아버지의 존재도 궁금했던 꼬맹이는 할아버지는 어디 계시냐며 자주 물었다. 하긴 제사나 차례 때도 "할아버지 드리는 거야~"하며 상을 보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할아버지가 영 안보이니 궁금할 법도 했겠다.




"친구야 우리 같이 하늘나라 갈까?"


다행히도 엄마와 아빠에게만 하늘나라 동반을 제안하던 꼬맹이가 어느 날부터인가 친구에게도 하늘나라 초대를 하기 시작했다. '헙, 사실 이 무슨 악담인가.' 상황을 아는 나야 웃음부터 나지만 함께 있던 친구의 엄마는 당황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한바탕 웃고 말았지만 이제는 알려 줄 때가 된 것 같았다.



꼬맹이를 안고 앉아 보송보송하고 따수운 배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늘나라에 가신 할아버지는 편안히 잘 지내시며 시시때때로 우리를 내려다 봐주시고 계시지만 우리는 만날 수가 없다고. 할아버지는 엄마의 아빤데, 엄마는 아빠가 보고 싶어도 이젠 볼 수가 없다고. 하늘나라에 간다는 건 그런 거라고. 하늘나라에 간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니 이제 하늘나라에 가자고 초대하는 건 그만하는 게 어떻겠냐고..


"할아버지는 엄마의 아빠야?"

"엄마는 아빠를 못 만나?"

"힝~아빠 보고 싶겠다~"


예상보다 더 이해를 잘 해준 꼬맹이는 슬프겠다며 내 얼굴을 쓸어주기까지 했다. 역시 아가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젠 뭐든 다 이해할 수 있는 '큰 아가'가 되었다.


꼬맹이 덕에 이제 아부지의 부재에 전처럼 그리 울지 않게 되었다. 아부지를 뵈러 갈 때마다 '그날'처럼 막지 못해 터져 나오던 눈물이 꼬맹이와 함께일 때는 제법 잠잠해졌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한 그곳에서 쨍알쨍알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는 스미던 눈물도 쏙 들어가게 해주는 명약이다.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계속 같을 줄 알았다. 몇 해가 가도 똑같이 터져 나오는 울음에 '아, 이 울음은 항상 그날 같겠구나..' 했었다.

그랬던 것이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아이의 작은 손에, 어디인지도 모르고 크게 웃는 아이의 웃음에 나아지다니.


너는 나에게 그런 존재다.





시어머니의 생신이라 오랜만에 뵈었다.

꼬맹이는 맑은 얼굴로 친할머니 옆에 딱 붙어 이야기한다.

"할머니, 할머니 엄마 아빠도 하늘나라 가셨어요?"



하하하.

열렬히 사랑한다. 내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