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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써니 Aug 31. 2021

우리 뽀뽀나하고 잘까

잠에 들기까지의 절차가 많기도 하다.


두 눈에 잠이 그득히 담긴 얼굴에는 이마 한가득 '나. 졸. 려. 요'라는 글자가 보이는 듯하다.

눈도 또렷이 뜨지 못하면서 코앞까지 온 잠을 왜 그토록 밀쳐내고 싶어 하는지 그 깊은 뜻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불이 꺼져 깜깜 안방 침대에 누워 둥글 둥글 생각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 공룡이 바다에 갔는데 유치원 선생님이..."


등장인물도 맥락도 이상한 이야기들은 처음과 다르게 듣다 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그렇다고 자칫 웃음을 터뜨렸다가는 이 괴상한 이야기의 끝이 어디까지 도달할지 모른다. 삐져나오려는 웃음을 꾸욱 눌러 아야 한다.




이제 그만 자자는 말에 쉬가 마렵단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녀왔던 걸 뻔히 알지만 한 번쯤 속아 넘어가 준다. 

다녀와 누워 이제 좀 잠잠한가 싶었더니 이번엔 또 목이 마르단다.


"아빠아~물 좀 주세요, 네에?"


언젠가부터 아빠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귀여움을 한껏 장착하고 이야기하는 꼬맹이가 우습다. 물 한 컵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세상 천천히 들이켜고는 다시 누워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 공룡이..."


"이제 이야기 그마안"


억지스러운 근엄함을 한껏 담은 목소리에 나오려던 공룡도 쏘옥들어갔다.


딩굴딩굴 둥글둥글


모르는 척. 자는 척. 가만가만 누웠는 얼굴 위로 고개를 들어 빼꼼 쳐다본다. 이 엄마가 아직 안 잔다는 판단이 섰는가 보다.


"엄마... 우리 뽀뽀나 하고 잘까?"


어디서 이런 능글맞은 멘트를...

능글맞은 아저씨처럼 자기 싫은 꼬맹이의 빤히 보이는 꾀에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크크크큭

"그래그래 우리 뽀뽀나 하고 자자. 잠은 무슨 잠이야."


밤톨마냥 작은 꼬맹이는 엄마의 약점을 기가 막히게 잘 안다.





한참을 안고 뒹굴며 뽀뽀하는 소리와 꺄륵꺄륵 이제 고만하자는 아이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뒤섞인다. 옆에서 두고 보던 아빠도 합세해서는 겨우겨우 문 앞에서 기다리 잠도 훠이훠이 달아나게 생겼다.




하루를 마감하는 행복한 소리를 한 올 한 올 모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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