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피곤한 날.
머릿속이 꽉차서 여유공간 없이 그득했던 날.
눈만 감으면 당장이라도 편안해질 것 같은데 꿈뻑이는 눈꺼풀을 억지로 잡아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가치있는 행위를 하지도,
가치있는 생각을 하지도 않는
잉여의 시간.
취침이 늦어지면 내일 기상이 더없이 무거워질 것이 뻔한데도 의미 없는 일을 한다.
이런 시간이라도 보내야 뭐라도 남을 것 같아서.
문득 그간 이랬던 날들의 공통점이 떠올랐다.
마음이 헛헛한 날.
무언가 분주했지만 손에 또렷이 잡히지 않고 시간을 흘려버린 듯한 날.
수학문제 세개를 머릿속에서 동시에 암산하고 있는 듯한 날.
내가 산 게 아니라 그저 하루 살아내고 버텨내는 데 급급했던 날.
그런 날 유독 밀려오는 잠을 꾸역꾸역 미뤄두고 또 후회할 게 뻔한 잉여의 시간을 보냈었다.
머리가 그득하다는 이유로
마음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사색의 시간을 갖기.
놓치고 있는 것을 찾기.
내마음 들여다 보기.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하기.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
잉여의 시간 짧은글이라도 하나 남겼음에 감사하며.
이것이 남았음에 만족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