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어렵다.
무언가 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글린이에게도, 글로 밥벌어먹고 산다는 프로 글쟁이에게도 결이 조금 다를 뿐 글쓰기의 어려움은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지속하는 이유는 글쓰기의 재미에 그 어려움은 고작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작은 얼룩정도이기 때문이 아닐까. 영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마뜩찮지만 그럼에도 이 예쁜 주머니를 버릴 수 없어 차라리 품어버린다.
글쓰기의 어려움은 다들 다른 이유에서다. 각자 가지는 어려움의 종류가 워낙 달라 남의 어려움이야 크게 신경쓸 것도 없다. 종류가 다르면 해법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로지 내 어려움의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
나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글쓰기 어려운 이유는 어휘력의 부족함 때문일까?
다채롭지 못한 어휘력에 답답할 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어휘력이야 유치원생의 그것 정도면 된다고 생각하는 1인이기도 하다. 유치원생의 말에서도 깨달음을 얻고 감동을 받는다. 그 표현에서 더 반짝거림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굳이 국어사전을 씹어먹을 어휘력에 욕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거다.
시간의 부족은 어떠한가?
글쓰기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확보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무언가 해야 하는 딱.그.때.를 지나버리면 머리에서 가슴에서 휘발되고 마는 감상들은 아쉬워해봤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 하지만 이역시 핑계 중의 하나일 뿐이다. 요즘은 더욱이 자리잡고 앉아 원고지를 펼치고 펜을들어 한자씩 써내려가야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도 뒤척이는 아이옆에 누워 이불을 덮고 엄지두개만으로 뚱땅거리고 있으니..이 정도 불편함으로 글쓰기의 어려움에 끼어들어가긴 어렵겠다.
인풋의 부족?인풋이라는 것이 그득그득 들어찼을때 미어지다 터져나오는 것이 아웃풋이라더라. 아이들의 영어교육도 인풋이 충분해야 입에서 한마디라도 터져나온다고 하던데 글쓰기도 그와 매한가지라니 막막하긴 하다. 다양한 인풋이 많지 않은 나의 글쓰기는 다채로운 누군가의 글쓰기에 비해 확실히 비루할수도 가벼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쓰고싶은데 쓰지 못하고 담기만 하기에는 영 갑갑스럽다. 무언가 내어놓을 때에는 담는 것에는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 계속 담다가는 내어놓을것마저 도로 들어가버리고 말테니 내어놓기로 한 이상 거기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조금 가벼워도 가벼운대로 초라하면 초라한대로.
결국은 욕심이다.
내 글쓰기가 유독 어려운 이유는 '욕심'때문이다. 블로그에 비해 브런치 글을 내어놓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잘쓰고싶어서' 라는 걸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나의글을 작품으로 만들어준다고 호언장담했던 브런치가 아니던가. '작품'에 걸맞을 글을 내어놓고 싶었던 욕심이 스믈스믈 기어올라왔던 거다. 멋드러진 브런치의 인터페이스에 나의 글이 작품은 커녕 더 초라하게 도드라져보일까봐 겁이 났던 건지도 모르겠다. 자타공인 이구역의 최고 겁쟁이니 분명히 그랬을거다.
이제 알았다면, 아니 전부터 알고야 있었겠지만 이제 인정했다면 조금 내려놓을 시간이다. 욕심만 내며 쌓아두기만했던 것들은 오히려 놀부의 심술보마냥 욕심만 들러붙어 볼품없는 글이 되어버렸다. 가벼이 날려버리고 단정히 써도 좋겠다. 블로그처럼 1500자가 넘어야하는 것도 아니고 독자를 잡아두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목적없이 시작했다. 짧아도 좋고, 깨달음이나 억지감동따위 없으면 더 좋다. 처음부터 나를 위해 시작했던 글쓰기다.
지금 나열한 모든 것들은 아니라곤 하지만 결국은 모두 내 글쓰기의 얼룩이다. 다채로운 얼룩이 모여 생각지 못한 그림이 완성되듯 이들 역시 품고 안고 끼고 가는거다.
가벼이 조금 더 가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