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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써니 Jan 25. 2022

그 오빠를 찾습니다

"으으  추워"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난방 온도를 올리고 있는 저 남자는, 그래 내 남편이다.




눈 내리던 까만 겨울밤, 역 앞의 포장마차였다.



입김도 무겁게 가라앉던 밤, 정겨운 주황색 천막에서 뿌옇게 새어 나오는 연기를 보고 그냥 지나칠 재간이 없었다.


"2차 포장마차 콜?"


이십 대 중반의 나이는 추위도, 잠도, 술도, 내일의 출근마저도 무서울 게 없었다.




학원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인 또래들은 뭐가 아쉬웠던지 또다시 주황색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마냥 즐거운 사람들 가운데 커다랗고 까맣던(도둑놈같은) 그 남자는 내 친구들의 친구였다.

한마디로 '잘 모르는 사람'


내 친구들과 그 사람은 친한 듯하고 내 친구들과 나 또한 친하지만 그 사람(그 도둑놈같은)과 나는 모르는 사이였던 거다. 교집합을 사이에 둔 여집합들의 관계였달까.


그저 웃고 떠드는 데에 의미가 있었던 시간을 지나 보내고 포장마차 밖으로 나왔다.

 

하아~


괜스레 하얀 입김만 더 뿜어본다.  

한데 꽁꽁 모여 쭈그리고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나니 새벽 공기는 더 쨍하게 느껴졌다. 기분 좋을 정도의 헤실거림으로 적당히 쌓인 눈만 뻥뻥 날리고 있었다.




스윽.


그 (도둑놈같은) 오빠가 갑자기 점퍼를 벗더니 내 어깨에 폭 얹어놓는다.


뭐지, 왜지.

갑자기 무거워서는 아닐 테고.. 배.. 배려??



"아, 아녜요~추워요. 얼른 입어요~"

"아니~난 추위를 안 타서~하나도 안 춥네~"



'아아...

추위를 안 타시는구나..'

라고 하기엔 얇디얇은 티(쪼가리) 한 장만 입고 있었다.






여러 차례의 만류에도 기어코 내 위에 커다란 점퍼를 얹어놓던, 그 추위를 타지 않던 오빠는 지금 우리 집에서 오들 거리며 온데 군데 난방 온도를 올리고 있다.


"으으 추워~집이 왜 이렇게 추워~"


"크큭, 눈 오는 날 잠바 벗어주던 그 오빠는 어디 갔대~"


"흐흐흐, 나 그날 추워서 죽는 줄 알았어! 안에 티 하나 입었었다고!!"




추위도 잠도 술도 무서울 것 없었던 이십 대 중반의 남녀는 이제서야 그날을 이야기하며 웃음을 웃는다.

그날의 풋풋한 젊음은 없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가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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