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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 Sep 30. 2021

(자작소설) 지옥의 재발견 01

지옥의 재발견 1화

0. 우리에게 지옥을 가져다준 자에게

@지옥


어두컴컴하고 안개로 자욱한 이곳은 바로 지옥.
맞다. 사람들이 사후에 가게 된다는 천국과 지옥 중 이곳은 지옥이다.

이곳은 수백 년 동안 비가 오지 않은 듯 온갖 갈라진 땅과 가만히 있어도 살이 녹아 떨어져 내릴 정도로 살인적인 무더운 날씨가 영원히 지속되었다. 또 수많은 망자들의 비명소리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하며 지옥의 도처에는 사람만 한 커다란 독사들이 가득하다. 암흑 같은 하늘엔 망자의 눈알을 파고 먹는다는 변종된 독수리들이 날아다닌다.


오늘도 역시 지옥엔 이승의 세계 각지에서 새로 들어온 망자, 즉 지옥 전입신고자들이 줄을 이었다. 병들어 죽은 망자, 사고로 죽은 망자, 살해당한 망자, 사형당한 망자, 굶주림에 지처 죽은 망자 등등 각자의 이유로 이승과 이별한 망자들은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지옥행 열차를 타고 지옥의 입구의 섰다.

이들은 지옥 입구의 문턱에서 이승에서의 죄를 심판을 받고 앞으로 살게 될 지옥의 구역에 배치받게 된다. 저승사자들은 망자들에게 동물 사체의 뼈로 만든 수갑을 손에 채웠고 악어의 날카로운 이빨로 만든 포승줄로 온몸을 둘렀다. 이미 죽은 망자들 이였지만 이들은 모두 겁에 질린 체 심판장으로 4명씩 줄을 지어 향했다.


그렇게 망자들은 줄줄이 고개를 숙여 심판장으로 들어갔고, 각자 심판을 받기 위해 순서표를 받아 자리에 착석을 했다. 연쇄살인범들의 갈비뼈를 엮어 심판장 내외부를 건축한 십판장은 시체 썩은 냄새와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망자들은 뱀의 껍질로 엮어 만든 망자 전용 심판의자에 앉아 안개가 자욱한 지옥의 하늘의 쳐다보며 심판을 받을 준비를 한다.

“기립~”

저승사자의 큰소리와 함께 수만 명의 망자들 앞에 4명의 심판장들이 들어왔다. 검은 옷에 빨간색 모자를 쓴 심판장들은 각자 망자들의 이승에서의 행적을 살펴보는데, 이승에서의 망자의 개인 삶에 대한 죄의 보편성과, 심각성, 자기반성, 예외사유를 판단하는 각각의 전문 분야로 나뉜다.


그렇게 맨 앞줄에 앉은 노르웨이 국적과 모로코 국적의 망자들의 심판이 시작됐고 이들은 각자 연세 살인과, 아동 성폭행,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 습관성 거짓말로 심판을 받아 지옥에서 2번째로 악명이 높은 진흙 지옥에 판정이 되었다.

빠르게 심판 판정이 끝나자 지옥의 심판 집행 직원들은 날카로운 포크를 그들의 혓바닥에 꽂아 잡아 끓고 지옥으로 서둘러 향했다. 그다음은 한국에서 한날한시에 같이 온 4명의 망자들이 심판장에 앉았다.

“이승에서의 이름”


심판장 중 가장 주측인 주심 심판장의 첫 질문이 시작됐다. 이들은 “궁 마마” “변 아심” “사 준수” “반 농미”라고 짧게 대답했고 그들의 대답을 듣자 심판장들은 곧바로 그들의 이승에서의 삶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승에서의 기록을 훎어보던 심판장 중 한 명이 이들에게 질문을 한다.


“너희들은 무슨 죄를 지었지?”

“그러는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심판하려 하지?”

무표정을 한 변아심이 심판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뜻밖의 아심의 대답에 심판관들의 시선이 순간 흔들렸고 심판장 안의 업무처리 직원들과 재판을 바라보던 다른 망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살려달라, 천국으로 보내달라, 혹은  지옥중 가장 안전한 구역으로 배치해달라고 아우성치던 그동안의 지옥 전입신고자들이랑은 다른 모습에 심판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지옥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와인을 따라 마시더니 자리 옆에 놓여 있던 치즈 조각을 변아심의 얼굴에 던져버렸고 아심의 얼굴에 치즈가 맞아 내려 떨어져 있을 땐 고소한 치즈가 아닌 쥐의 피가 굳은 조각으로 변해 있었다.

아심은 얼굴에 흐르는 쥐의 피가 아무렇지 않는다는 듯 심판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고 이내 옆에 있던 궁마마가 입을 열었다.


“마음대로 재판하고 벌을 주세요,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거라면 당신들한테 내 죄를 나열해 보았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테니까”

지옥의 심판장에게 심판의 자격을 운운하던 변아심과 비슷한 어조로 대답하는 궁마마의 이야기로 인해 심판장은 더욱 술렁였고 지옥 도처에 있던 독사들은 “스르륵” 소리를 내며 심판장 주의로 몰려들었다. 심판장들의 옆에서 보조를 하던 업무처리자들은 “이들을 지옥 중 가장 처참하게 생활하게 된다는 암흑지옥에 보내버려야 한다고 심판장들에게 다그쳤고 이에 심판장들도 그들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공포스러운 분위기에도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심판장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는 이들 4명에게 또 다른 심판장 중 한 명이 바로 지옥에서 가장 처참한 아무것도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암흑지옥이라는 판정을 내렸고 심판장의 말소리가 끝나기 전에 이들을 집행하려는 업무처리직원들이 4명의 망자들의 혀를 포크로 찍어 결박하려는 절차로 이어졌다. 이승세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뾰족하고 날카로운 포크가 업무처리직원들의 손에 올려졌고 이내 그들은 2인 1조가 되어 4명의 망자들의 혀를 뽑고 포크로 내리치려 한다.

“진행~~~~”이라는 소리와 함께 업무처리 직원들의 손에 주어진 포크로 그들의 혀를 찍어 내리려는 그때 심판장 중 주심 심판장이 입을 열었다

“잠깐”

포크로 혀를 내려치려던 직원들의 행동이 일시적으로 멈추었고 주심 심판장은 이들에게 묻는다”


“너희들의 행적을 보아하니 너희는 살인을 한 것도 아니고, 살면서 커다란 중대한 죄를 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가 지옥에 온 이유를 아느냐 억울하지 않느냐”

주심 심판장의 질문에 그동안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던 반농미와 사준수가 대답한다

“압니다”
“알 것 같습니다.”

농미와 준수의 대답이 끝나자 주심 심판장은 손바닥을 펼쳐 그들을 가리켰고, 이들 4명은 머릿속에 갑자기 자신들이 죽기 직전 이승에서의 일들이 그들의 머릿속에 스쳐갔다.


@대한민국 파주의 초록 고아원 자선 파티장

불과 몇 시간 전 초록 고아원의 자선 파티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던 이곳은 순식간에 화염으로 뒤덮였다. 아연 질색한 사람들 뒤로 불에 타들어가는 고아원 건물이 보이고, 급하게 빠져나온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고아원을 빠져나왔다, 서둘러 소방대원들이 와서 불을 끄지만 이 엄청난 화재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듯싶다.

“안에 사람이 4명이나 있어요”

이 참혹한 아수라장에 속에서 누군가가 안에 사람이 있다며 소리를 쳤다. 하지만 불길이 너무 강해 소방대원들 조차 들어가기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불타는 고아원 응접실 안에는 검게 그 흘린 얼굴에 피투성이 상처가 가득한 4명이 보였다. 궁마마의의 손에는 식칼이 들려져 있었고, 긴 생머리를 한 변아심의 손에는 가위가 들려 있다.


이들의 반대편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사준수는 불이 붙은 각목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고, 이 광경에 겁먹은단발머리를 한 반농미는 자신의 손엔 아무것도 없음에 더욱 겁에 질려 불에 그을려 깨져 버린 유리조각을 손에 쥐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거였어, 그냥 다 죽어버려야 해 그래야 끝나”

궁마마가 죽일 듯 나머지 세명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원래부터 죽은 목숨들이었는데 이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어차피 여기서 살아나가도 우린 끝이야. 죽어서 지옥 가나 살면서 지옥에 사나 그게 그거잖아?”


악에 받친 변아심은 이 모든 상황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눈을 흘기며 말했다


“위선자들… 더러워 더러워”

하지만 이에 비해 겁이 난 듯 눈물을 먹은 반농미는 이들의 손에 달린 무기에 맞아 죽느니 자살을 결심한 듯했지만 곧바로 생각을 바꾸고는 자신이 이들을 데리고 화마에 뛰어들어 다 같이 죽을 작정인듯하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식은땀을 흘린 체 온몸이 흠뻑 젖은 사준수는 모든 것을 체념한 체 혼자 중얼거렸다.


그때 변아심이 사준수를 향해 불에 그 흘려 뜨거워진 가위를 들고뛰어 달려들었고, 궁마마와 반농미 역시 서로를 죽일 듯바라보며 서로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불에 그 흘린 창문 쪽 유리장이 깨지며 각자 손에 들고 있던 흉기들을 손에 떨어트렸고 각자 몸을 숙여 머리를 감싸 바닥으로 몸을 숙였다.

“아아악~”
“아!!!!!!!”
“으악”
“어머 아악”


순식간에 화마가 이들의 곁에 점점 다가왔고 이들의 눈에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화마와 함께 이들은 그 기억에서 깨어난다.

“이승에서의 기억을 그만 상기시키지고 어서 집행하시지요”.

심판장 옆에서 이들 4명을 줄곧 못마땅하게 여긴 업무처리 직원이 이야기했고, 심판장들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업무 처리 직원들이 이들의 태도에 인내심을 저버리고 이들의 혀를 뽑아 포크로 찍으려 할 때 주심 심판장이 큰소리로 말했다.

“이승에서의 죄목을 소명하라 , 무엇이 너희를 지옥으로 이끌었는지 … 반드시 대답하라, 반드시 소명하라”

전례를 찾아볼 수 없던 주심 심판장의 행동에 주위는 술렁였고 다른 심판장들 역시 고뇌가 심한듯하다.

그렇게 4명은 서로를 응시했고 어두 껌껌하던 지옥은 갑자기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들의 앞에 종이가 올려졌고 이들 4명은 아무 말 없이 자신들의 손바닥에 상처를 내어 한두 글자씩 자신들의 죄를 써 내려갔다.



1.궁마마의 기도


혜화동 왕성 대학교


마마의 기억엔 지난해 겨울은 유독 함박눈이 많이 내렸다. 살 떨리게 추웠던 지난겨울의 한파가 지나가고 나니 올해 다시 화창한 봄날이 찾아왔다. 새 학기가 되니 왕성 대학교가 위치한 혜화동 대학로에는 푸른 잔디가 파릇파릇하게 돋아 난다. 또한 길거리에서는 봄꽃 냄새도 진동을 한다. 꽃이 피는 계절이라 그럴까?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엔 꽃놀이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사람들을 반기고 저녁엔 서늘한 바람이 사람들을 찾아가던 어느 날, 혜화동 대학로에는 수많은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젊은이들이 많은 이곳 대학로는 대학생들의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왠지 모르게 신선하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가 대학로 골목 사이사이와 캠퍼스를 감싸고 소소하고 소박한 삶이 일상인 이곳을 거닐다 보면 누구든지 한 번쯤은 젊은 날, 자신의 꿈을 회상해 본다.


궁 마마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 새 학기를 맞이했고 왕성 대학교에서 2년째 강의를 하는 마마는 중간고사 기간에 학생들에게 팀플 과제를 내주었다.

“자, 조별 과제라고 다들 남들한테 밀지 말고 본인들 분량 알아서 챙겨서 하길 바란다, 몇몇 학생들이 개인과제로 돌려달라는 말이 있었는데 요즘 같은 21세기 시대에는 지식과 학문을 공유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팀플 하는 거니까 다들 잘해’


남색 세미 정장을 차려입은 궁 마마는 오늘도 학생들에게 미소를 보이며 강의실을 떠났고, 밖으로 나와 캠퍼스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퇴근을 한다.

학교 정문을 나와 도보로 20분을 걸어 집으로 향했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집 근처 잠시 편의점에 들려 맥주와 소소한 안주거리를 사 온 마마는 이내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맞추고 테라스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땄다.


마트에서 사 가지고 온 마른안주를 보며 이내 만족하지 못하는 표정을 보이는 마마는 핸드폰을 꺼내 배달 앱에 들어가 동네 치킨집 순위를 검색했지만 이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만두었다.

‘그래 외모도 경쟁력이야… 참자.. 살찌니까”

그리곤 거실 옆 작은 테라스 탁자 위에 놓아진 하얀색 동근 그릇에 채워진 물에 다가가 두 눈을 감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 모든 노력, 청춘을 다 받친 해외유학생활을 꼭 이번 기회에 보답받기를 바랍니다. 이번 기회를 잡는다면 면 한평생 대한민국의 교육발전에 헌신하고 노력하고…..”

띠리리 띠리리

밤하늘 테라스에서 중얼거리던 마마의 주문을 멈춘 벨 소리
마마는 순간 자신의 기도를 방해하는 벨 소리가 무척이나 거슬렸지만 어쩔 수 없이 눈을 뜨며 핸드폰의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통화 버튼을 눌러 서적들로 가득한 작은 거실로 들어왔다.


“여보세요, 알아냈어요? 고등학생이라고요?”

전화를 받고 긴장한듯한 얼굴 한 마마는 그 어느 때보다 집중을 하며 전화를 이어갔고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래 마지막 보험은 들어 놓아야지”

의미심장한 표정을 한 체 테라스 밖으로 보이는 서울 시내를 바라보면서 혼자 중얼거리던 궁마마는 다시 한번 맥주를 들이켠다.

“내 청춘 다 받쳐서 내가 어떻게 왔는데… 이렇게 놓칠 수는 없지”

천진난만한 얼굴을 가지고 있던 마마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차갑게 독기에 가득 찬 얼굴로 변했고 그의 눈빛엔 마치 반드시 자신의 인생을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결심이 보였다. 그리고 유학시절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순간 감상에 졌었는지 눈에 눈물이 고인듯하다. 그리고 창밖에 멀리 비친 왕성 대학교의 불빛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다짐을 했다.


그때 또다시 울리는 마마의 핸드폰, 마마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아까와는 다르게 전화를 몹시 고민하며 받았다

“여보세요?”

“어 마마야, 나야 성훈이”

“오 그래 잘 지냈어? 이 밤에 무슨 일이야?”

“응 다른 게 아니고 네가 동창방 카톡을 안 보길래… 다음 주에 우리 모임 있으니까 이번에는 꼭 나오라고, 한동안 나오더구만 왜 요즘 자꾸 안 나와 다들 보고 싶어 하는데”

“또 시간이 그렇게 됐어? 그래 이번에는 가보도록 노력을 해볼게"

“그래 임마 노력하지 말고 꼭 나와 “


전화를 끊은 마마는 퉁명스러운 얼굴을 하며 걸려온 핸드폰을 쳐다보았고 화가 난 건지 비웃는 건지 알 수 없는 얼굴을 하면서 테라스밖에 멀리 보이는 왕성대학교의 불빛을 줄곧 바라보며 남은 맥주를 들이켰다.



2. 주부의 아침상

새벽 5시, 변아심은 남들은 한참 잘 시간에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얼굴에 화장을 한다. 이른 새벽에 어딜 가는 것도 아닌데 옷까지 갈아입고 단정한 모습을 한 아심은, 혹여 자신 때문에 가족 중 누구라도 깨면 안 된다는 마음에 까치발을 하고서 침실을 나와 부엌으로 다가갔고 냉장고를 열어 아침을 만들 준비를 한다.

아침상인데도 불구하고, 두부 꺼내 잘라 달걀물에 묻혀 두부전을 부치고, 자신이 매달 초 만드는 김치 3종류를 꺼내 정갈하게 자른 다음 그 위의 검은깨를 올리곤 먹음직스럽게 담았다. 그리곤 혹여 그릇에 김치 국물이라도 묻었 을까 티슈를 꺼내 그릇 주위를 닦았다. 전기 그릴 위에는 멸치를 우려낸 육수에 전복과 호박을 넣어 된장찌개를 끓였고 영광에서 올라온 굴비를 한번 찜기에 쪄서 다시 한번 프라이팬에 굽는 정성을 보인다.


변아심의 얼굴엔 아직 피곤한 기색이 넘쳐흐르지만 이런 생활이 익숙한 듯 열심히 아침 식사를 만들었다. 그렇게 장장 두 시간을 가까이 요리를 하고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있는 방으로 다가가 조용히 노크를 했고 곧바로 이층으로 올라가 큰 시누이와 작은 시누이방을 차례대로 노크를 했다. 그리곤 그들의 인기척을 방 밖에서 지켜 듣다가 자신의 딸의 방으로 가서 딸을 조용히 깨우곤 남편이 자고 있는 침실로 들어가 남편을 깨웠다.

아침밥인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음식을 차린 변아심은 각자 음식을 덜어먹을 앞접시를 가족들 앞에 올려놓았고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시아버지가 숟가락을 뜨자 그제야 식사를 했다.

하지만 아심은 다른 식구들이 아침을 먹는대도 불구하고 이곳저곳 눈치를 살피며 식탁 근처에서 서성였다


“얘 넌 아침을 먹을 거면 와서 앉아서 먹고 아니면 저리 나가 있어”

“네….”

이런 아심을 지쳐보던 시어머니는 아심을 흘겨보며 하루의 첫마디를 내뱉었다. 아심은 시어머니의 핀잔에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자신의 밥공기에 젓가락을 올리는 순간 아심에게 옆에 앉아있던 작은 시누이가 먹던 반찬을 내던지며 아심을 흘겨봤다.

“언니는 우리집에 시집온 지가 얼마나 오래됐는데 아직 간도 못 해요?”

“아가씨 죄송해요. 입맛에 안 맞아요? 다시 해드릴까요?”

"됐어요 언제 해서 언제 먹어”

시누님인지, 시누년인지 날 잡아서 먹고 있던 반찬을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아심은 자신의 상상과는 거리가 멀게 현실에선 항상 그렇듯 고개를 숙여 밥공기만 쳐다보았고 조용히 가족들의 식사를 지켜본다.


“얘 그나저나 너네 친정은 어떻게 된 게 인사치레라는 걸 할 줄 모르니?”

또 한 번 변아심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쏟아부 치는 시어머니

“네 어머니?”

“아니 너네 오빠 오갈 때 없어서 우리 로펌에서 직원으로 채용해서 먹고살게 해 준 지가 몇 달째인데 전화라도 해서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니? 너네 친정 부모님도 참…”

“아 어머니 … 제가 말씀드릴게요. 저희 엄마랑 아버지 너무 좋아하시고, 오빠도 이번에는 열심히 하겠다고…”

“얘 누워서 절 받니? 아휴”

아심은 또 한 번 고개를 숙였고 멋쩍은 듯 딸의 밥공기에 반찬을 올려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면박이 오고 가는 상황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심에게 눈길 한번 안주는 시아버지와 남편은 식사를 이어갔다.


“당신 이따가 늦지 말고 모임 나가”

밥을 먹는 동안 말 한번 하지 않던 남편이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아심에게 무심히 말을 던지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심은 남편이 일어나자 자신도 일어나 남편을 바라봤고 남편은 잘 먹었다는 간단한 인사도 하지 않은 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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