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주는 사람.
20. 봉사의 찬란한 행복.
이번에는 실패 말고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본과 2학년 시절 저는 신입생 때 가입했었던 살.모.사라는 동아리의 회장이 되었습니다. 참, 살.모.사의 뜻은 '살포시 모두를 사랑하자.'의 줄임말입니다. 뜻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매년 최소 한 번씩은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외딴 섬이나 벽지로 들어가 의료봉사활동을 합니다.
보통 교수님과 학생들이 의료봉사에 드는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기에는 경제적으로 힘듭니다. 그래서 다른 동아리의 경우에는 의료봉사활동을 외부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아서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지원을 받게 된다면, 동아리에서 실시한 의료봉사활동이 다른 정치적인 의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게 됩니다.
그런 문제점을 애초에 없애기 위해, 살.모.사 라는 동아리는 자체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지면서, 의료봉사까지 합니다. 저는 이점이 아주 매력적 이었습니다. 무튼, 제가 이러한 동아리에 회장직을 맡으면서 의료봉사활동을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준비과정에서 힘든 점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보니 저는 실패만 한 건 아닌 것 같네요.
두 손을 잡고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 어머님, 덕분에 어제 잠을 잘 잤다고 하시는 어머님, 다음에는 또 언제 오시냐고 한 번 더 오시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님 등 여러 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사실 제가 저를 보기에 좀 정이 없는 면이 있고, 자기 발전에 치중한 나머지 주위를 잘 못 살피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세상에는 나의 발전도 좋은 일이지만, 그 발전으로 얻은 능력을 나누는 일도 빛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저도 제가 놀라왔습니다. 이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위인들의 명언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지금은 많이 모자랍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래의 명언들을 충실히 공감하고자 앞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일로써 생계를 유지하지만,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
-윈스턴 처칠
“보상을 구하지 않는 봉사는 남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행복하게 한다.”
-마하트마 간디
제가 공중보건의사 생활을 하던 시절입니다. 유독 눈에 밟히는 한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연세가 90정도 되셨는데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습니다. 한 쪽 신장을 가족도 아닌 남에게 기부하셨고 오히려 기부하였기 때문에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도 은행에서 지폐를 새것으로 바꾸어 지불하십니다. 받는 사람이 기분 좋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신다고 합니다. 택시를 탈 때는 기사님을 위해 커피값을 조금 더 보태어 낸다고 하시고요. 독거노인을 위한 지원금 또한 오랜기간 받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이유는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도와달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 외에도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무튼 어느 날은 이 어머님께서 식사하기가 너무 힘들어 요즘 점점 야위어 간다고 저한테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감명 받고 배운 것을 보답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한약을 지어드렸습니다. 그 후로 식사를 잘 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통장은 얇아졌지만 마음이 두꺼워졌습니다. 돈보다는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보면 내가 어떤 가치를 더 중요시 여기는지 가늠이 갑니다.
죽기 직전에 내 통장에 많은 돈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것인지, 내 마음 속에 많은 사람을 도왔다는 사실에 감사할 것인지 말입니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리는 자에게도 그 향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탈무드
“오늘 내가 나무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오래전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
“남을 위한 인생을 살 때, 가장 감동적인 인생이 되는 것을 나는 발견하였다.”
-헬렌 켈러
“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군.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다른 하나는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
-영화 <버킷 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