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는 보통 일이 아니다

<뉴욕타임스 죽이기> 홍보 글입니다.

by 뉴욕타임스 살리기

원고가 금전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승소를 하고 승소 판결문을 받더라도 바로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패소한 피고가 순순히 돈을 이체하면 좋겠지만, 보통 피고가 지급할 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피고의 재산, 가령 부동산을 법원이 압류한 다음에(=빨간 딱지를 붙여서 어디 다른데 못 팔게 만든 다음에), 이를 경매법원에서 경매로 처분하고(=경매 참가자들에게 팔아 버린 다음에), 그 매각 대금을 채권자들에게 순위에 따라 배당(=나누어서 빚잔치)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소송이 몇 달 몇 년이 걸리는 동안 피고가 과연 자기 재산을 놔둘 것인가? 그래서 소송을 하는 원고는 법원에 가압류(=임시로 압류)도 같이 신청할 수 있다. 원고가 소장을 제출하면서, 가압류 신청서도 제출해서, 피고의 재산을 임시로 압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압류 신청을 받은 재판부는 전후 상황을 판단해 피고의 재산을 압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가압류 신청을 인용한다.


원고가 1심 재판에서 승소를 해서 승소 판결문을 받고, 피고가 승복하지 않고 상급법원에 항소를 한다면, 피고는 일단 원고에게 돈(판결금)을 줘야 할까? 이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금액 전부를 가지급(=임시로 지급)을 하거나, 아니면 일부 금액을 담보로 공탁(=법원에 맡긴다)하고 승소 판결문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정지해야 한다. 그러나 피고가 담보로 공탁할 돈이 없다면? 그 때에는 피고의 재산에 대해서 압류, 경매, 배당으로 이어지는 강제집행의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에 휘말린 흑인 목사님들이 겪은 환난이었다.


민권운동의 상징 마르틴 루터 킹 이외에도 남부기독교지도자회의(SCLC)에는 여러 흑인 목사님들이 있었다. 그들은 예수님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Jesus) 비폭력 평화 민권운동을 이끌어 가던 활동가들이기도 했다.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의 공공업무위원 L. B. 설리반은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같은 사건에서 남부기독교지도자회의의 목사님들도 공동피고로 삼아 소송을 걸었다. 이들이 몽고메리 시 경찰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광고를 뉴욕타임스 지면에 게재했고, 그로 인해 몽고메리 시 경찰의 대표자인 공공업무위원 설리번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니, 뉴욕타임스와 목사님들이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앨라배마 주 판사와 배심원은 설리번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뉴욕타임스와 목사님들의 항변은 배척되었고, 뉴욕타임스와 목사님들은 패소했다.


흑인 목사님들은 우리나라 민사소송으로 치면 강제집행 정지를 위한 담보공탁 금액에 해당하는 수퍼시디어스 보증금(supersedeas bond)으로 낼 돈조차 없었다. 목사님들은 뉴욕타임스에서 혹시 보증금을 부담해 줄 수 있는지 요청했지만, 뉴욕타임스는 리스크가 있다는 법무팀의 판단으로 손절했다고 한다.


결국 흑인 목사님들의 재산이 앨라배마 주 법원에 의해 압류된다. 어떤 목사님은 조상 때부터 경작해 오던 땅을 빼앗기고, 목사님들 대부분은 몇 안 되는 재산이었던 차를 빼앗긴다. 더 자세한 내용, 그리고 약간의 반전을 이 책 <뉴욕타임스 죽이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3980420


압류는 보통 일이 아니다. 강제집행이라는 절차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의미 있는 활동들을 억누르기 위한 아주 효과적이고도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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