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죽이기> 홍보 글을 겸합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님이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핵심 인물로, 미국 흑인 사회에서 그의 위상은 마치 유대인들의 엑소더스를 이끈 성경 속 지도자 모세와 비교할만 하다는 점에는 다툼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래 영상은 워싱턴에서 그 유명한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을 하는 킹 주니어 목사님의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P4iY1TtS3s&t=241s
미국의 한 코미디 예능에서는 코미디 배틀을 하는 중 백인 코미디언이 킹 주니어 성대모사를 하겠다고 나서자 흑인 코미디언들이 나서서 "너 그러다 총 맞을 수 있다"고 엄호해주는 내용까지 나옵니다(영상을 찾는 중인데 영상이 잘 안 찾아 지네요). 미국 흑인 사회에서 킹 주니어 목사님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킹 주니어 목사님에 대해서도 여러 음해와 의혹 제기가 있고, 특히 그의 사생활, 여자 관계가 문란하고 난잡했다는 비난이 있습니다.
장안의 화제, 신간 <뉴욕타임스 죽이기>에서도 지나가듯이 언급되는 내용입니다. 킹 주니어 목사님이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에 대한 연방대법원 변론을 앞두고 이루어진 관계자들 미팅을 비롯한 일정을 수행하고, 워싱턴 DC의 어느 호텔에 묵은 그날 밤, FBI가 그의 방을 불법 도청했고, 나중에는 그 날 밤 킹 주니어 목사가 만취 난교에 참석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3980420&start=pcsearch_auto
아래 BBC 보도 내용에 따르면, FBI의 비밀 보고서는 킹 주니어 목사에 대하여는 캘리포니아에 정부를 두고 사생아를 낳았다, 만취한 난교에 참여했으며 젊은 여성들의 참여를 강요했다, 4명의 여성과 연애 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FBI 보고서는 킹 주니어 목사가 1964년 1월 워싱턴 DC에서 2일간의 만취 난교에도 참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https://www.bbc.com/news/world-us-canada-41871956
그러나 FBI 보고서 내용을 완전히 신빙하기 어려운 것은, 마틴 루터 킹에 대한 적대적 의도를 가지고 작성되었다는 것이 너무 명백하다는 정황 때문입니다. FBI 보고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마르크스주의자, 공산주의자이고, 미국 공산당과 연계되어 있다는 주장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60대 냉전 시대 미국의 반공주의적 분위기와 인종차별적 분위기,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가 특별히 강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조직이 FBI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FBI 보고서가 단지 정부기관의 보고서라는 이유만으로 정확한 진실만 담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나이브한 것입니다. 즉 위 보고서는 FBI 내부의 "마틴 루터 킹 죽이기"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설령 위와 같은 FBI의 의혹 제기가 상당 부분 진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때문에 킹 주니어 목사의 민권운동의 성취가 전부 부정되어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특히나 최근 미국 정치는 엡스타인 파일의 공개와 함께 요동치고 있습니다. 사업가, 실질적으로는 포주였던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납치, 인신매매, 성착취 등을 위한 앱스타인 아일랜드를 만들었고, 전 세계의 명망 있는 정계, 재계, 학계의 리더들 중 상당수가 엡스타인과 이런 저런 식으로 연계되어 있었습니다.
엡스타인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차치하더라도, 빌 클린턴(전 대통령), 빌 게이츠(MS CEO), 세르게이 브린(구글), 앤드류 왕자(영국 왕실), 일론 머스크(테슬라), 스티브 배넌(백악관), 하워드 러트닉(상무부 장관), 래리 서머스(전 재무부 장관), 노암 촘스키(언어학) 등의 쟁쟁한 인물들이 모두 엡스타인과 직간접적 연관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폭로되고 있고, 단순 진술이 아닌 물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n565r2rl95o
엡스타인 파일에 관한 세간의 의혹 내지 음모론의 내용이 전부 진실이라고 가정한다면, 해당 파일에 등장한 인물들 중 일부가 적극 가담 내지 소극 방조한 범죄의 행각은 "단순한" 미성년자 성매매로부터 "심각하게는" 아동 인육 섭취(살인을 전제...)에 이르게 됩니다. 이에 비한다면, 솔직히, 만취 난교 의혹은 100%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건전해 보일 지경입니다.
놀랍게도 엡스타인 파일에는 버락 오바마나 카말라 해리스와 같은 흑인 정치인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만약 단순한 언급, 일회성 메일 교신이라도 있었더라면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분명히 진작에 공론화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미국의 흑인 엘리트들이 무결하고 고결하고 타락불가능하다(incorruptible)는 것이 아닙니다. 제1세계의 백인 남성 엘리트 중심의 카르텔이 국적과 좌우를 불문하고 심각하게 타락해 있는 동시에, 흑인 엘리트들에게는 성적 타락의 서클에조차 끼워주기조차 꺼려 해 왔을 정도로 놀라울 정도로 배타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엡스타인 파일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제1세계의 백인 남성 엘리트 카르텔의 도덕적 타락의 정도가 특히 더 높다는 이유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성적 난잡함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주장은 논리적, 윤리적으로는 부당한 피장파장의 오류일 것입니다. 그러나 심정논리로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SNL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네소타에서 보여준 ICE에 의한 기본권 침해(온건하게 표현하면 기본권 침해이고, 감정적으로 격하게 표현하면 파시스트적 폭력인데)가 엡스타인 파일로 인한 정치적 수세를 타개해보려는 몸부림이라는 설명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베네수엘라 공격, 그린란드 영토권 주장, 그리고 최근의 이란과의 긴장 조성까지, 이 모든 "공격적 행보"를 설명하는 일(1) 요인, 아니 제1요인이 엡스타인 파일이라는 추측은 개연성 없는 비합리적 추측이 전혀 아닐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3L7AjNfTKM
이럴 때 언론이 트럼프 행정부의 뉴스 메이킹(news making)을 그대로 추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슈로 이슈를 덮기 위해 양산해 내는 전쟁의 뉴스들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다면, 과연 그것이 트럼프가 만들어내는 뉴스들이 실제로 뉴스가치들(news values)-사회적 영향력, 파급력, 시의성, 신규성 등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뉴스가치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저널리즘의 역할을 다 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박근혜 정부 말기 "최순실 태블릿" 폭로 보도가 나왔던 바로 그 날 정부에서는 "개헌"을 발표했습니다. 개헌은 결코 사소한 이슈가 아니고 오히려 아주 중대한 이슈지만, 이면의 본질까지 취재한 어떤 저널리즘의 시각에서는 아젠다로 올려질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