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뭐냐고? "너는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읽어?"라는 질문이야. 책을 느리게 읽는 편이라 많은 권수를 읽지 못하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 건 아마도 책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많아서일 거야. 네가 우리 집에 와서 본 책들 때문일 거고. 책꽂이에 꽂히지 못하고 누워있는 책들. 그런데 그 책, 다 읽은 거 아니야. 독서를 사랑하는 만큼 책을 사는 것도 사랑하거든. 하하
책을 즐겨 읽기 시작한 것은 '열린 글방' 덕분인 거 같아. 중학교 때 생긴 글방은 참 매력적이었어. 회원카드도 줬잖아. 기억나지? 뭔가 어른이 된 기분이랄까? 그런 기분 좋음이 글방으로 안내했어. 공지영, 양귀자 작가의 책을 읽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뭘 알고 읽었을까?’ 싶지만 하이틴 소설보다 단단한 힘이 느껴지는 책에 더 끌렸던 거 같아. 그때부터 소설 읽는 즐거움을 알았고 늘 손에 책을 쥐고 다녔지.
단순히 즐기는 독서에서 목적이 있는 독서로 변한 것은 임신한 후야.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육아서라는 육아서는 다 읽을 것처럼 읽어댔어. 바르고 똘똘한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궁금했거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질문이 바뀌었어. 왜 우리는 양육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로 엄마가 되는 걸까? 먹이고 씻기는 돌봄을 넘어 시기별 발달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어. 이해가 되어야만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고, 욱하지 않을 수 있잖아. 훈육도 아이의 기질, 상황, 감정에 따라 달라져야 하니 얼마나 고차원적인 일이야? 아이 마음만 알면 다행이게? 양육자로 살면서 올라오는 낯선 감정들에 대해 '내가 왜 이러나?' 의문투성이가 될 때면 내 마음도 알아야 내야 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치? 그래서 공부가 필요했어. 배울 곳은 책뿐이었고.
아이가 조금 크고 나서는 내 일을 찾고 싶어서 읽었어. 일을 찾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는 게 좀 이상하지? ‘나는 뭘 하고 싶지?’ ‘뭘 잘하지?’ ‘뭘 좋아하지?’ 고민했지만 잘 몰라서 '좋아하는 책이나 읽자'라는 마음이었어. 책과 관련된 일이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으니, 읽다 보면 뭐든 찾겠지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말이야.
더 적극적으로 읽자, 책은 내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어. 마음에서 길을 잃어 시무룩할 때, 공허할 때, 화가 날 때 책은 내 옆에 앉아 묵묵히 기다려줬지. 생각을 다 마칠 때까지. 그저 묵묵히 말이야. 그런데 흥미로운 건 뭔지 알아? '이런 길도 있어. 이 길로 가볼래?' 하고 길을 열어준다는 거야. 그걸 따라가는 재미와 변화가 좋아. 그래서 계속 읽지. 때로는 내가 리드하고 때로는 책이 나를 리드하는 여행.
발견의 여행이야. 나를 발견하고 삶의 의미도 발견하게 되는 여행. 네가 어떤 목적과 문제를 가지고 와도 책은 너에게 가장 알맞은 길을 너 스스로 찾도록 도와줄 거야. 내게 그랬던 것처럼. 그럼 너에게도 누군가 묻겠지. " 뭘 그렇게 많이 읽어?"라고 말이야. 우리가 팔짱 끼고 리듬에 맞춰 걷던 걸음 기억하지? 책과 함께 가는 길은 그런 거 같아. 아니, 이건 내가 아무리 얘기해 봐야. 소용없어. 같이 읽어보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