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비움이 필요해
브런치를 만나고 미니멀과 멀어졌다.
요즘 내가 꽂힌 두 가지.
미니멀리즘/제로웨이스트와 브런치.
미니멀리즘과 제로웨이스트를 만나고
어설프지만 꾸준히
내 주변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비우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고 있다.
이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다.
브런치를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글 쓰는 게 재미있었다.
내가 쓴 글은 읽고 또 읽어도 좋았다.
브런치를 잘 몰라 내 글 보러 들어가기를
헤맬 때는 말이다.
브런치를 조금 알게 됐다.
조회수를 알게 됐다.
라이킷과 구독자를 알게 됐다.
조회수가 올라갈 때,
가족이 아닌 누군가 라이킷을 눌렀을 때,
가족이 아닌 구독자가 생겼을 때,
말도 못 하게 기뻤다.
바로 그게 문제다.
하루 종일 브런치 생각만 났다.
조회수가 얼마나 늘었을까,
누가 또 라이킷을 눌렀을까.
구독자가 또 생긴 건 아닐까.
지문이 닳도록 브런치 앱을 들락거린다.
운이 좋게 조회수가 터졌을 때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내 글이 메인에 뜰 때마다 캡처를 했다.
다음에 가서
브런치 통계,
브런치 구독자,
브런치 기타를 검색했다.
세상에는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슬슬 애가 닳았다.
조회수와 라이킷은,
조회수와 구독자는 별개였다.
조회수가 늘어감에도 제자리인 라이킷과 구독자에
기분이 바닥을 쳤다.
브런치와 다음에서 노출을 그리 시켜줘도,
조회수가 아무리 늘어도,
라이킷과 구독자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잠잘 때도 브런치만 생각하길 며칠,
이건 미니멀하지 못하다는
깨달음 비슷한 자기 위로를 했다.
집안에서 물건을 비우고
쓰레기를 줄였으되,
정신적으로는 짐이 늘었다.
브런치에 미니멀리즘과 제로웨이스트를 공유하고 싶었던
순수한 열정과 재미가 퇴색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자 했던 이유는?
삶에서 중요한 본질,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만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제로웨이스트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유는?
일회용품의 쉽고 값쌈에서 벗어나
질 좋은, 생각보다 그리 수고스럽지 않은,
그리고 자연을 생각하는 생활방식을
함께 하고 싶어서였다.
브런치의 라이킷과 구독자에 눈이 멀어
나를 행복하게 하는,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잠시 잊었다.
정신적 비움을 실천할 때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본질에 집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