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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Mar 18. 2024

레몬에이드를 계속 사러가면 생기는일

오후에 출근을 하는 나는 오전시간에는 집안일을 주로 해 놓는다. 퇴근하고 와서 다시 시작되는 집안일은 너무 스트레스기 때문이다.

사실 오후 세네시 무렵이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시 출근 준비를 해야하니. 간단한 화장도하고,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선다.

백화점에 도착해 가방이며. 외투를 벗어놓은뒤 뛰어가듯 걸어가서 레몬에이드 한잔을 산다.

점심을 먹고 가지 않기 때문에 배가 고프기도 하고 새콤하고 달콤하기도 한 레몬에이드 한잔이면 더위도 어느정도 식힐수 있고 플라시보효과인지 모르겠지만, 비타민을 먹었다는 생각과 함께 흐릿했던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프레즐을 파는 곳에서 레몬에이드를  사는데 직원은 할인도 된다.

어느날은 레몬에이드없이 프레즐만 산 적도 있는데 거기있는 아르바이트생이 거의 매일오는 나를 기억했는지 레몬에이드를 종이컵 가득 따라주었다. 서비스라면서..

그때 종이컵위를 찰랑거리며 금방이라도 쏟을 것만 같은 그 레몬에이드를 한방울도 흘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매장까지 걸어갈때 난 뭔지 모를 울컥함이 밀려왔다.


종이컵에 가득담긴 레몬에이드를 보며 누군가는 항상 레몬에이드를 사는 나를 기억하고 배려주었다는 생각에  얼음이 깨지듯 파삭!하고 참았던 서러움이 깨지는 것 만 같아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내가 이 정도도 나를 배려하지 않고, 내가 나를 챙겨주지도 않으며, 누군가 나를 배려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깟 레몬에이드 한잔에 눈물이 나오려했다니!!


백화점을 그만두는 날에도 나는 레몬에이드를 사러갔다.

비록 생과일을 갈아서 만든 레몬에이드가 아니고 가루로 나오는 시판 제품이었지만, 그 아르바이트생의 배려를 기억하며 오늘이 레에이드를 사러오는 마지막날이라는 것을 티내지 않았다.


문득, 오늘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 모를 무력함에 빠질때종이컵에 가득 담긴 그 레몬에이드를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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