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by 유진율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이 느껴졌는데 이제 고작 6개월이 지났다.

내 아버지가 아닌 장인어른으로 자리잡은 남편에게는 아버지의 죽음은 그닥 본인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 듯 보인다.

나는 아버지와 그리 잘 지내지 않았다. 좋았던 기억도 없고 어서 빨리 내 눈앞에서, 내 삶에서 사라져주기를 바랬다.

사는게 아버지 때문에 늘 고되고 힘들었다.

폭언이나 폭행은 말 할 것도 없다.

어린 나이부터 시작 된 싸대기질도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그게 배드민터채일때도 있고, 빗자루일때도 있었고 잡히는게 없을땐 허리띠를 풀어서 때리곤 했다.


그러니 그냥 내 앞에서 없어져주기만 해도 그저 고마울 따름인 존재였다.


아버지가 죽고나서 꿈에서도 보지 않기를 바랬는데, 무슨일인지 간혹 꿈에 나온다. 그 속에서는 늘 나를 지켜주는 듯한 모습으로..참..얼척이 없어서..

꿈에서 깨고 나면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암으로 투병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호스피스병원으로 옮길때 아버지는 "나 이제 여기서 죽는거가?" 하셨다고 한다.

호스피스가 마지막 관문이었긴 하지만, 본인도 죽음을 그때 받아들인게 아닌가 싶다.


흐릿한 날씨지만, 답답해서 어디론가 가고 싶어 나가봤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버스한대가 지나갔다.

앞을 보니 윗쪽에 고인의 이름이 빨갛게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저 버스에 앉아있을때만해도 만감이 교차했는데, 저렇게 빛나는 이름을 버스앞에 매달고 가는 버스를 보니 문득 아버지를 보낸 마지막날이 떠올랐다.


그냥..떠올랐다.


언제가 저 앞의 이름이 내가 될 수도 있겠지..

누구에게나 죽음은 마주해야 할 마지막 관문이니까.


아울렛에 가서 신발을 샀다.

신발장에 신발이 넘쳐나는 걸 보면서 남편이 "여기 있는 신발 다 신어보지도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 또 신발을 샀다,

오묘한 색의 보라색인데 유니크하다.내게는.


아이들이 원하는 걸 사주고 싶었는데 내 신발만 사고 돌아왔다. 다 신어보지 못하면 어때?

내가 좋은데..그냥 그거면 되지 않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추억이 일어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