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나를 위해

기분은 괜찮으세요?

by 유진율

예전에는 정신과 하면 "정신병자"라는 말을 듣는 게 두려워 병원 문턱을 넘기도 힘들었다.

나는 결혼을 계기로 마음의 병을 얻어서 약을 먹게 된 게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나무위키



한 병원을 오래 다닌 나는 의사의 질문들에 대답할 말들을 정리하며 버스를 탄다.

매번 진료를 할 때마다 정해진 질문들이 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질문들인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일상적이고 평범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가 되어서 입원을 하기도 하고 약을 증량하기도 하고 그렇게 되는 것이다.

정신과병원에서 의사는 상담사가 아니다. 가끔 티브이에서 매우 세세하게 상담해 주는 병원의 의사를 그린 캐릭터를 보고 헛웃음이 난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튼, 오늘은 매번 가는 날이어서 병원에 갔다.

선생님은

-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 뭐,, 별일은 없으시고? 잠은 잘 자세요? 활동도 좀 하시고?"

라고 물어보신다.

나는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솔직히 답하지 못했다.

-뭐.. 그냥저냥 지내죠. 별일은 없고요..

-잠은 잘 못 자요.. 밖엔 산책하러 잠깐씩 나가요.

내 대답을 종이차트에 열심히 받아 적으시고 약을 그대로 줄지 용량을 올릴지, 내릴지를 결정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늘

-"기분은 어떠세요?"라고 물어보시는데 사실 그 질문을 받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대답은

- "그냥, 좆같죠."이다.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닌가요?

-어느 날은 "좀 힘드네요.."어느 날은

- "안 힘든 사람이 있어요?"

-예예.. 저도 그런 편이죠..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위로 따윈 없고, 그저 약이나 받고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일밖엔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지금의 내 상황이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단순한데 정리가 되지 않는 복잡함.


사진출처 네이버 나무위키



오늘 하루 종일 집에서 무료하게 있다가 넷플릭스에서 새로 시작한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를 정주행 했다.


처음엔 공포물인가? 했지만 계속 보다 보면 일상을 평범하게 보내다가 어느 날 날아든 날벼락 때문에 나와 주변사람들이 힘들어지고, 사고를 당하게 돼서 벌어지는 불행한 일들의 나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그 날벼락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모든 사람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드라마 속에서 이런 대사가 있다."최악의 희망을 붙잡고 사는 게 아니라 최선의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대사였던 것 같다.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최선의 절망 속에서 어떻게든 희망을 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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