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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Oct 27. 2023

괜찮은 오늘에 대한 오해 ​

낙서하는 즐거움


거센 바람과 나무를 뽑아버릴 듯 기세 좋던 바람은 결국

빨갛고 노랗게 달린 단풍잎들을  거세게 몰아내고 앙상한

가지만 남겨놓았다.

이렇게 한 번쯤 바람이 모든 걸 떼놓고 가면 날씨는 부쩍 찬 공기를

머금고 금세 겨울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오래 살진 않았지만, 사십여 년 조금 넘게 살아오며 내가 느낀

자연의 섭리는 이러한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한 햇살과 맑은 공기를 내뿜으며

어제의 장난질 같았던 흔적인 낙엽들만 도로 위를 뒹굴고 있다.


아이를 키울 땐 아가 볼 수 있는 만큼의 세상이 내 세상이었고

아이가 처한 환경이 곧 내가 신경 쓰고 돌봐줘야 할 공간이며

환경이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나 자신임을 깨닫게 된 지금의 순간이 오니

나는 늘 집을 지키는, 아니 아이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냥 한없이 외로운 순간이 다가왔구나..

물론 이 또한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는 자연의 섭리를 모르진 않는 바다.

허니, 나 스스로도 엄마가 아닌 나를 온전하게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뭔가 거창하게 가 아니라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던 일을 어렵사리 시작하게 된 것.

그게 바로 글쓰기다.

거창한 교훈과 유익한 인생의 정보까진 아니지만, 이렇게 한줄한줄 적어 가다 보면

나름 나를 정리하며 바라볼 수 있고, 사는 일이 낙이 없고, 되는 일도 없고 기쁜 일도

없다고.. 낙담하다가도 가까이 다가와 학교에서 친구와 있었던 재미난 일, 선생님께 칭찬받은 얘기들을

조잘거려 주는 아이의 목소리에 행복하고, 뭐가 우스운지 혼잣말 하고 혼자 웃는 아이의 웃음소리에 함께 따라 웃게 되는 일상..


그래.. 이게 사는 거지.. 뭐 별거 있겠어?

라고 생각하며 잠깐이라도 내가 이렇게 많은 행복의 찰나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냥 예고 없이 내리는 소나기를 우산도 없이 흠뻑 맞게 되는 지랄 같은

오늘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가끔은 괜찮은 오늘을 오해해서 혼자 단단히 삐진 것 같은 삶이었던 것 같다

오해를 풀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더욱 잘 보이고 또 한 번 살아가고픈 의지와 용기를 얻는 것 같다.

오늘은 아이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사뭇 진지해지기도 했다.

더디지만, 조금씩 자라는 아이를 보니

오늘도 참 괜찮은 하루다.

오해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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