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상처받았구나
고등학교 들어가기전에 의식처럼 신학기 가방을 새로 장만한다. 중학교때 가방이 헤져서도 아니고 디자인이 구려서도 아니다.
새학기를 맞이하늗 설레는 기분과 새로운시작이 주는 두려움도 새가방을 사면서 시작된다.
작년엔 설날이 끼어서 딸이 받은 세뱃돈으로 가방을 사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도착한 가방은 생각보다 작아서 반품할까?말까를 고민하다 그냥 쓰기로 했다.이제 일년이 다 지나가는 시점인데 가방이 작기도 하지만 어깨가 너무 아프다고 해서 바꿔주기로하고 백화점에 갔다.
아기처럼 조잘대면서 여러브랜드의 가방이랑 딸이랑 어떤게,잘 어울리는지를 설명했다.그중에서도 아이보리색의 가방이 이뻤다.근데 깨끗하게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무난한 블랙으로 정했다.
석식도 안먹고 자습도 포기하고 온 딸은 배가 고파서인지 짜증이 극에 달한걸 느낄 수 있었다.
난 그전에 간식으로 과자로 배를 채워서인지 딱히 배가 고프진않았지만 그렇다고 혼자 먹으라고 할수 없으니 좋아하는 곱창전골집으로 들어갔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려고 앉았는데 메뉴안내에 곱창전골은 품절이었다.
"나갈까?"라는 내 물음에 울상을 지으면서도 배가 고파서 다른 가게를 찾을 의지가 안보여서 마라전골이라도 먹으라고 했다.
메뉴가 정해지고 주문한음식을 먹으면서도 말한마디 안하더니 배가 어느정도 차니까 물어보지도 않은 친구얘기,언니의 태도에 대한 이야길 한다.
자매라서 서로,디스하는게 있긴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이제 어른이 된 언니의 요구사항들이 철없어 보인다고 했다.
부모가 해 줄수 있는데 안해주는것도 아니고 지금 부모님선에서 해 줄수 있는게 최선을 다해서 이만큼이면 모자라는 부분은 언니가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채워야하는거 아니냐?고 한다.
공부하면서 주말엔 아르바이트 나가는 자식을 보고 있으면 내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고 그렇다.
내가 아무말도 않고 어색하게 미소짓고 있었더니
"왜요?엄마가 낳은 딸 욕해서 서운해요?(웃음)
"아니..너도 엄마가 낳았잖아.. 언니 지금 잘하고 있잖아?"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가 끝나고 나는 배가 불러서 얼마 먹지도 못하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딸은 맛있게 남은 밥을 쓸어넣고 있었고 나는 콜라가 담긴 잔을 한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순간에 딸은 "왜요?아빠랑 살기 싫어서?"라고 말했다.
앞뒤 정황을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그 맘을 어찌 눈치챘을까?그렇지..은연중에 그런얘기를 주고 받은 날이 있긴했다.내가하는 아빠의 부정적인 평가를 들어 온 딸이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나가서 일하는 아빠의 노고는 너무 잘알고 있었고 고마움도 잊지않은 것 같았다.
"엄마나 아빠나 서로 성격 알면서 하면 안되는 말..그리고 얘기하면 소리 먼저 지르면서 화 좀 내지마요"
라고 말했다.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속에서 벌어진 일들과 그때의 내 감정들을 한꺼번에 쏟아낼수는 없어서..
"그래.."하고 대답하고 가게를 나왔다.
식당에서 새로 산 가방에 짐을 옮겨담으며 신나있는 표정을 보고 '이래서 자식이 먹는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그걸 제때에 자주 못해주는 나를 한심해했다..왜 다들 열심히 돈벌고 열심히 살려고 할까?그 원천을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다.
집에서 남편이랑 싸울땐 내 감정이 격해져서 아이들을 볼새가 없었던게 사실이다..그러면서 아이는 엄마 아빠가 싸우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했을것이고 생각했을것이고...그로인해 상처 또한 받아서 스스로 연고를 바르고 엄마에게 조언을 하게 이르게 된 것이다..
참..못났다..못났어...
집으로 돌아오늗길.돌덩이를 넣은듯 무겁던 가방을 메고도 새가방은 무거워도 어깨가 아프지 않다며 웃어보였다..
엄마 아빠 생각은 하지마..엄마가 어떻게든 해볼께.
아직은 어린 내딸..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