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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Jul 17. 2023

당신의 신탁

<당신의 신탁>

    

척후를 짐 지고 가라는 지극한 명령

대나무 숲에서 당신이 내린 거룩한 신탁 


짐이 무거워 한 섬 쉬는 순간이다

컴컴한 지심에 햇발이 지고 더 어둑해지면 


갑판 위로 나와 오늘의 생환일지를 쓴다      

파랑 높은 날이면 몹시 흔들리던 


바람 같은 시간, 돛대에서 마주했던 흔적     

인생이란 과목은 일찍이 배운 적 없어


누구도 답을 가르쳐 주지 못한다

그대 입버릇이 험하게 굴러가고 있을지라도


그만 일어나 법칙을 넘어 파동을 넘어  

오그랑수*부리지 말고, 걸어야 한다     


밤새 뒤척이는 걸음으로 와온에 닿으면

생은 숲에서 정답을 몰고 올 테니     


척후의 완성은 그쯤에 있으리

신탁의 대답은 그쯤 있으리


거기에 대나무 무수히 자라

귀를 열어 기쁨으로 기다리고 있으리     


<시문학> 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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