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탁>
척후를 짐 지고 가라는 지극한 명령
대나무 숲에서 당신이 내린 거룩한 신탁
짐이 무거워 한 섬 쉬는 순간이다
컴컴한 지심에 햇발이 지고 더 어둑해지면
갑판 위로 나와 오늘의 생환일지를 쓴다
파랑 높은 날이면 몹시 흔들리던
바람 같은 시간, 돛대에서 마주했던 흔적
인생이란 과목은 일찍이 배운 적 없어
누구도 답을 가르쳐 주지 못한다
그대 입버릇이 험하게 굴러가고 있을지라도
그만 일어나 법칙을 넘어 파동을 넘어
오그랑수*부리지 말고, 걸어야 한다
밤새 뒤척이는 걸음으로 와온에 닿으면
생은 숲에서 정답을 몰고 올 테니
척후의 완성은 그쯤에 있으리
신탁의 대답은 그쯤 있으리
거기에 대나무 무수히 자라
귀를 열어 기쁨으로 기다리고 있으리
<시문학> 2019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