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야승』(1629)의 「송도 기이」를 중심으로
『송도 기이』
이덕형의 『송도 기이』(1629)는 황진이 외에 송도의 기이한 인물과 사건에 대한 야담들을 파적거리 삼아 기록하였다. 이 책에는 자신이 개성 유수(요즘 시도지사)로 있을 때의 일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쓰고 있다. 이것이 속스럽지만 교훈적이라고 하면서 화담 서경덕의 어려운 글자에 얽힌 이야기, 퇴계 이이가 올 때 화담이 만월대에서 춤을 추었다는 내용, 안경창, 최영수 등과 진이의 어머니와 진이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느 늙은이에게서 들었다는 형식으로 전하고 있는 이 기록은 황진이의 존재와 그 신비스러운 자태와 재주와 용모에 대해서만 전하고 있다. 황진이가 한 말은 한마디도 전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성품이 고결하여 번화하고 화려한 것을 일삼지 않으며 관가의 술자리에서라도 빗질과 세수만 하고 나갈 뿐 옷도 바꾸어 입지 않았으며 방탕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 세상에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돌아보지 않았다고 하였다. 또한 선비들과 함께 놀기를 즐기고 문자를 잘 알아 당나라의 시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일찍이 화담 선생을 사모하여 매양 그 문하에 나가니 선생도 역시 거절하지 않고 함께 담소하여, 어찌 절대의 명기가 아니랴(-여기서 명기란 걸출한 인물이란 뜻이다. 그가 기생이었기에 명기라고 한 것뿐이라 짐작한다.)
이덕형이 갑진년에 어사로 갔을 적에는 병화를 못 막은 터라 관청집이 비었으므로 남문 안에 사는 서리 진복의 집에 거처를 정했는데 진랑과는 가까운 일가가 되고 그의 나이가 80여 세였다.
늙은이는 정신이 강건하여 매양 진랑의 일을 어제 일처럼 역력히 말하였다. 이덕형은 “진랑이 신기한 도술을 가져서 그러했던가?”하고 물으니 늙은이는 “그건 알 수 없지만 때로 방 안에서 이상한 향기가 나서 며칠씩 없어지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이덕형은 공사가 끝나지 않아 여러 날 거기 머물렀으므로 늙은이에게 익히 그 전말을 들을 수 있어 ‘이에 기록하여 기이한 이야기를 넓히는 바이다’라고 끝맺고 있다. 황진이와 가까운 친척인 노인에게서 전해 들은 기록으로 나름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