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를 꺼내고

김신영 시인

by 휘루 김신영

<쓸개를 꺼내고>

침묵이 금기를 깰 때가 있다

불가사의 미증유 전인미답


발설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예리한 칼끝에 여지없이 베인

거침없는 힘에 압도당하여

미지에서 심장을 밟아 내리는 소리


오래전 용서가 아직도 그대로일 때

지하의 오크를 우연히 만났을 때


침묵은 돌연 활화산이 된다

온 산과 바위가 깨어져 산산조각 나는

칼날이 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오래 간직한 만큼 깨뜨려졌을 때

가장 날카로운 소리가 되어 곤궁을 흔든다

숨겨 놓은 말이 더 날카롭다

숨겨진 비수가 더

예리하게 세상을 베어낸다


모가지 드리우고

쓸개를 꺼내고

날카로워진 결연한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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