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를 꺼내고>
침묵이 금기를 깰 때가 있다
불가사의 미증유 전인미답
발설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예리한 칼끝에 여지없이 베인
거침없는 힘에 압도당하여
미지에서 심장을 밟아 내리는 소리
오래전 용서가 아직도 그대로일 때
지하의 오크를 우연히 만났을 때
침묵은 돌연 활화산이 된다
온 산과 바위가 깨어져 산산조각 나는
칼날이 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오래 간직한 만큼 깨뜨려졌을 때
가장 날카로운 소리가 되어 곤궁을 흔든다
숨겨 놓은 말이 더 날카롭다
숨겨진 비수가 더
예리하게 세상을 베어낸다
모가지 드리우고
쓸개를 꺼내고
날카로워진 결연한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