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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Jul 29. 2023

파랑 앞에

김신영 시인

<파랑(波浪) 앞에>

   

온 세상이 멈춰 서서 지켜보던 아이의 첫걸음마

꽃비가 흩어져 내리던 젊은 날의 고백

이제는 건기에 바짝 마른 거북한 입술     


시간의 계단을 따라 골목이 대문을 열 때

바랜 인생 몇 날을 집어 오선지에 올리고

나직한 악보를 속삭이는 깃털로 그린다     


사는 일이 미련해질 때면 귓가에 걸린

온음에 앉아 발질하면서 파랑을 걷고

물속에 너울거리며 하늘에 보내는


수억 창의 눈물을 허밍으로 음각하는데

백합보다 빛나는 빛을 날개에 새긴 갈매기

흰 달빛 가득한 창으로 아득하게 걸어온다     


물결 맑아진 웃음을 얼굴에 바르고

심각한 인생과 마주 앉아 두 잔을 나누면

입술 꼬리가 뒷 산 쌍무지개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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