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마술 상점> 에세이
자신이 갖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살 수 있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살까?
마술 상점에서 살 수 있는 마음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시인이 불어넣어 생명을 낳은 시의 마음이다. 시가 가진 상상력은 무한하여서 그 길이 어떻게 펼쳐질지 예상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서 시의 마음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답게 보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세상이 이전보다 명쾌하여지고 의미가 있으며 사람들과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면, 자신이 펼치고자 하는 긍정의 세상이 승승장구 잘 나갈 수 있다면, 나는 오늘도 그 상점에 갈 것이다. 마술 상점에서 만날 수 없었던 사람을 만나고, 용서를 구하지 못했던 사람도 만나고, 비루한 내가 아닌 성공한(너무 세속적인가) 나를 만날 수 있다. 그곳에 가면 사람들은 치유가 될 것이기에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질 것이 분명하다.
마술 상점에 가고 싶다. 그곳에서 상처를 받지 않고 상처를 주지도 않기를, 내 속에 도사린 수많은 괴물을 내보내고 천사들을 맞아들여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나를 웃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들로 채우고 싶다. 아니다, 슬픔과 괴로움이 교차하더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궁극에는 행복인 삶을 사 오고 싶다.
브런치 카페에서 눈치를 보면서 진득하게 앉아 등불 아래 오래 있어 보면, 등을 켜고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등을 켜고 원고를 쓰고 퇴고를 하듯이, 용서하고 용서를 받는 밝은 세상을 희구한다.
마술 상점에서는 용서할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용서해주어야 하는 사람은 용서를 구하는 사람보다 고통인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살인마를 용서해야 하는가? 말이다. 그 고통의 무게만큼 견디는 상황은 처절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시인은 ‘별 등을 달고 자전거를 몰아 나오는 존재’다. 하여 그는 고단하다. 자신의 아픔은 승화시키고 사람들에게 영혼의 별 등을 다는 것을 천직으로 삼았으니 말이다. 사람의 마음마다 등을 달아 주는 것, 그것은 시가 추구하는 궁극의 세상이다.
아직도 마술 상점에 오지 않았다면 올봄에는 마술 상점에 들러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당신과 나는 분명히 성공을 집어 들고 실패를 내려놓겠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사실 성공도 어쩌면 상대적인 평가이며 마음에 달렸다.
성공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종류의 가시적인 성과물이라면 실패는 안으로 침잠하는 불가시적인 영역이다. 나는 아직 불가시적인 영역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마술 상점의 주인을 자처한다. 그리고 나도 실패를 내려놓고 성공을 집어 드는 속물이다. 결국 속물적 근성을 부려서 성공하기 위하여 하나 더 내려놓고 확실하게 성공을 기약한다. 그것은 슬픔이다. 내가 겪어야 했던 슬픔을 내려놓는다. 이제 가시적인 영역으로 들어간다. 여러분도 마술 상점에서 자신을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그대, 마술 상점으로 오라.
2021. <시인수첩> 여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