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비상벨>
쓸데없이 별일 없이 아무 일 없이
쩌렁한 비상벨이 울릴 때가 있다
멀리 두고 온 마음 바짝 따라붙어
손을 놓지 않을 때가 있다
책장 넘어가는 도서관에서
멍한 정신에 비상벨이 울리면
순간 증폭되는 소리 따라
화들짝 복도로 쫓아 나오던 기억
내게도 가끔 저런 비상벨이 울리지
오작동인 줄 모르고 한참을 비상하다가
아무 일 아니었다고 뚝 그쳐야 하는 무안
언제 울려야 할지 비상대기상태에서
비상하지 않은 양치기 소년이 마음에 남아
양치기가 일상이 되는 허공에
문득 마음속 비상벨이 궁금하다
어디 둘 데 없는 슬픔의 비상벨
흩날리는 눈꽃처럼 거리에 내리고
별 볼일 없이 비상벨이 울리는 날이면
쉼표는 신발장에 올려놓고
달빛 허풍선도 창가에 오래 앉아 있다
2018년 문학과 사람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