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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Aug 16. 2023

바람 없는 골목

김신영 시인

<바람 없는 골목>

   

골목을 휘돌던 바람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제 골목에 더는 바람이 살지 않는다     


바람마저 하느님이 사는 고층아파트로 

잔짐 하나 없이 이사가 버리고

빈 생(生)만 골목에 옹기종기 붙어

뜨거운 먼지에 덮여 여름을 나고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벽 사이로는 

공기를 가르는 바람도 비집고 들어올 수 없지

그리운 골목에 들지 못하고 공중을 배회하지


바람 한 점 없이 여름이 참 더운 골목에서

바람이 바람나서 여기에도 좀 불어 주었으면     


손님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서둘러 돌아가는 골목

지금이라도 바람의 영혼을 데려와 

날아가지 못하게 대못질해야 하겠다    

 

고층아파트와 공원의 풀에게 내어준 

센 바람을 찾으려 골목 어귀 평상에 앉는다   

  

바람도 무척 미안한지

겨울이면 좁은 셋방까지 치고 들어와 

여름내 흘린 땀을 처연하게 거두어갔다     


-경기문화재단 우수작가 문집 2019.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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