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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Aug 15. 2023

땀이 한 섬이던 저녁

김신영 시인

<땀이 한 섬이던 저녁>

      

습하고 무더운 시간이

열대가 되는 저녁

땀방울이 구슬 되어 엮인다


여름날의 땀방울 구슬

열심히 구슬을 꿰던 시절은

먼 모래 속에 묻혀 있고

이제 에어컨 찬바람 속에

두 손이 묶여 있다


저녁이면 땀내 풍기면서

집으로 들어서던 어머니 아버지

동생들의 다정한 그림


겸허한 지류 없이 여름이 멈추어

에어컨 바람에 갇혀 있다


쌀 한 말에 땀이 한 섬인데

하루를 땀으로 짜내면 한 섬이라던

그 땀 같은 것으로는

더 엮일 일 없는 시간이여


더위를 피해서 에어컨 아래에 서면

방울방울 땀방울이 숨어든다

구슬로 꿰지 못해 그리워지는 구슬

데일 것 같은 햇살 아래 만났던 뜨거운 연민


수, 수많은

억, 억 창(窓)이

무너지던 날을 헤어 본다     


 여름 땀방울 구슬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열린 시학 2018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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