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한 섬이던 저녁>
습하고 무더운 시간이
열대가 되는 저녁
땀방울이 구슬 되어 엮인다
여름날의 땀방울 구슬
열심히 구슬을 꿰던 시절은
먼 모래 속에 묻혀 있고
이제 에어컨 찬바람 속에
두 손이 묶여 있다
저녁이면 땀내 풍기면서
집으로 들어서던 어머니 아버지
동생들의 다정한 그림
겸허한 지류 없이 여름이 멈추어
에어컨 바람에 갇혀 있다
쌀 한 말에 땀이 한 섬인데
하루를 땀으로 짜내면 한 섬이라던
그 땀 같은 것으로는
더 엮일 일 없는 시간이여
더위를 피해서 에어컨 아래에 서면
방울방울 땀방울이 숨어든다
구슬로 꿰지 못해 그리워지는 구슬
데일 것 같은 햇살 아래 만났던 뜨거운 연민
수, 수많은
억, 억 창(窓)이
무너지던 날을 헤어 본다
그 여름 땀방울 구슬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열린 시학 2018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