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상한 갈대>
광기 어린 푸른 물속을 와락 움켜쥐면
피라미 송사리가 마구 헤엄쳐 다니는데
세상의 끝에 사는 기이한 물고기
꼬챙이로 낚아채려 광기를 뿜는 저녁
싸늘한 바람이 불고 죽음 그림자 다가간다
무엇이든 금덩이라면 열일 없이 달려들고
멸종위기인 내게도 꼬챙이를 들이대는 시간
미쳐야 뭔가 보인다고 코를 낚는 광풍이 분다
안개가 토해내는 광속으로 어지러운 건넛마을에
밤이 깊을수록 번쩍이는 노을빛이 넘실거리고
누가 더 화려할까 달빛이 오렌지색으로 변한다
대지에 내려오는 별빛, 풀이 반짝이는 땅에서
분노의 오래된 마음을 꺼내어 말리고 있다
용서되지 않는 시간을 꺼내어 뒤집어 본다
마수에 넘어가던 순간을 남김없이 복기(復碁)한다
역사 앞에서 한 점을 부끄러워할 수 있기를
상한 갈대로 허리를 찌르고
피 묻은 손으로 그 허리를 만지고
때가 악하다는 간절한 음성을 듣는다
하여, 지친 신발을 벗고 무릎을 꿇으면
마지막 항구에 아직도 창백한 안색
한 줄기, 어둠 속에 유일한 빛 내림
그 사랑이 얼굴을 쓰다듬으니
깊을수록 환해지는 문장으로
다시 사람을 만난다
시에 2018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