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구석>
책상이
좁은 방 가운데에서
큰 곰자리를 그리길래
십자성 아래
남극 끝으로 밀어 놓았다
밀린 책상에는
밀린 것들이
놓이게 마련인가 보다
밀린 세금고지서
쓰다 만 시구
읽다 만 책
내려놓았던 스카프
끝이 뭉뚝해진 연필
어떤 일이라도
구석에 놓으면
구석이 된다
어떤 일이라도
밀어 놓으면
체납처럼 밀린다
마음이 구석에 있다
오래전 구석이 된 마음이 있다
밀려서 납부하지 못한
미련한 마음
오래도록 체납되어
몇 곱절
가산금이 붙은 채
구석에 밀려 있다
시에 2018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