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담뱃불 전수조사>
휴지를 모으는 옆집 아주머니가
합판을 들이대어 만든
그의 삶처럼 얇은 담벼락에
담배 불똥이 튈까 좁은 길
골목 집집을 전수조사했다
며칠 전 옮겨 붙은 불이
분명 담뱃불이라 적시했다
그의 불안이 활활 타들어 가
가재도구에 옮겨붙는다
이불을 태우고 옷가지를 타고 올라
여름마다 사우나를 내리붓던
옥색 지붕으로 옮겨붙는다
담뱃불이 살림살이를 넘어
옆집 벽을 타고 오른다
문득 조사하던 그의 가슴속
차가운 벼랑이 픽, 꺼졌다 다행이다
며칠 수다스런 그의 왕 수선에 놀라
돌아본 뒤꼍에는 지난겨울 내내
어느 고독이 내다 버린 꽁초
멀리 가지 못한 쓸쓸하고 외로운 영혼
놀라서 불똥이 튈까 숨죽이고
그저 뒤꼍에나 떨어져 작은 불똥을 황급히 끄는
순한 영혼
옹기종기 좁은 골목에서
보이지 않게 수군거리고 있다
시인 광장 2020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