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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Nov 15. 2023

북촌에서 선언한 여권통문 1898.9.1

여성인권의 시작-남편(남성)의 압제와 억압에서 자유를 외치다

여권통문, 대한민국 여성운동의 서막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 등 기본권 명시

9월 1일은 법정기념일인 여권통문의 날이다.


통문이란 조선시대에 민간단체나 개인이 같은 종류의 기관 또는 관계가 있는 인사 등에게 공동의 관심사를 통지하던 문서로, 일종의 선언서 혹은 고지문이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예로는 동학농민운동 당시에 쓰인 사발통문이 있다. 따라서 여권통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의 인권을 선언한 선언문이다.

여권통문 전문    출처=국립여성사전시관


어찌하여 우리 여인들은 일양 귀먹고 눈 어두운 병신 모양으로 구규(舊閨)만 지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로다. 혹자 신체와 수족과 이목이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 모양 사나이의 벌어주는 것만 먹고 평생을 심규에 처하여 그 절제만 받으리오. 이왕에 먼저 문명개화한 나라를 보면 남녀가 일반 사람이라 


1. 어려서부터 각각 학교에 다니며 각항 재주를 다 배우고 이목을 넓혀 장성한 후에 2. 사나이와 부부지의를 정하여 평생을 살더라도 

3. 그 사나이의 일로 절제를 받지 아니하고 도리어 극히 공경함을 받음은 다름 아니라

4. 그 재조와 권리와 신의가 사나이와 같기 때문이다.

1898년 9월 1일, 대한민국 근대 여성운동의 발화점이 된 선언문이 발표된다. 여권통문은 ‘여학교설시통문(女學校設始通文)’라는 제목의 글로, 서울 북촌 양반 여성들이 주축이 되고 300여 명의 여성이 찬동해 이뤄진 여성인권선언문이다. 김소사·이소사의 이름으로 발표,

                                              ‘소사(召史)’는 나이 든 기혼여성을 지칭한 말.


선언문의 내용은 △여성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교육권’ △경제활동은 독립된 인격의 확립이라는 ‘직업권’ △변화하는 시대에 여성들도 개화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참정권’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시 황성신문과 독립신문에 전문이 발표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고 많은 호응을 받았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다는 양성평등의 정신은 현대인의 눈에는 당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전혀 사정이 달랐다. 여권통문을 읽어보면 여성들의 절절한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슬프도다. 전일을 생각하면 사나이가 힘으로 여편네를 압제하려고, 한갓 옛말을 빙자하여 ‘여자는 안에서 있어 바깥일을 말하지 말며, 오로지 술과 밥을 짓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는지라. 어찌하여 사지육체가 사나이와 같거늘, 이 같은 억압을 받아 세상 형편을 알지 못하고 죽은 사람의 모양이 되리오-여학교설시통문 중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다는 양성평등의 정신은 선언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권통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단체인 ‘찬양회’ 설립으로 이어진다. 찬양회는 고종에게 여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려 고종의 찬성을 받았지만, 유림 등의 반대에 의해 끝내 개교하지는 못했다. 이에 찬양회는 1899년, 회비를 기금으로 하여 소학교 과정인 순성학교(승동학교)를 자체적으로 개교하는 불굴의 정신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신을 계승해 2019년 10월에야  ‘양성평등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매년 9월 1일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출처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http://www.chun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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