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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Sep 09. 2023

‘아내의 맛’이라는 표현의 부적절성

현대에도 여성의 폐해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으며 귀를 열어 들을 수 없다

아내의 맛이라는 표현의 부적절성

-제목 변경조치 요망 청와대 청원 2018년 10월 3일-11.2 종료된 청원     

"2018년 6월부터 TV 조선 채널에서 '아내의 맛'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표현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있다"라며, 이에 대한 부적절성을 이미 그해 10월 3일부터 변경을 요구하는 청원이 청와대에 올라갔으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종료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성 평등에 어긋나는 것이며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고 부차적이고 종속적인 존재로 전락시키고 있다.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높아 오래 유지되었다. 이에 후속되는 다른 방송사들도 '00의 맛'이라는 표현을 즐겨서 사용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2018년6월부터 21년 4월 13일까지 144부작으로 3년 가까이 방영되었으며 수많은 조작논란과 선정성문제등을 일으키면서 막을 내렸다.


1. 여성을 음식에 비유한 문제
  대한민국 셀러브리티 부부들이 식탁에서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라이프를 찾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폭력적 표현을 써서는 안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뜻을 굳이 좋게 해석해 본다면 '아내가 요리한 음식의 맛'으로 해석이 되나 이는 오히려 성적 표현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는 통속적이고 저질 표현인 것이다.


아내의 맛이라는 말은 아내가 사물이 되는 위치에 있으며 이를 맛본다는 것으로 여성을 육체적 도구로 보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방송사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의도한 바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간의 조선일보의 행태를 볼 때 확실히 의도적인 것이 맞을 것이다.)


아내를 음식에 비유하는 것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것이다. 대상화란 개인의 자율성, 의지, 감정, 경험, 주체성 등을 부정하고, 개인을 소유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물건처럼 인지 및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관점을 강요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되는 인기 방송이었다. 따라서 선정적으로 해석되는 이 말은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후속방송 프로그램들이 이러한 표현을 모방하여 쓰고 있다.

 

또한, 방송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기도 하여, 그러한 표현을 쓰는 프로그램들은 당장 간판을 내려야 한다. 여성의 인간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TV 조선이 이러한 의미를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이 제목은 여타의 다른 문제들도 갖고 있다.
 
 2. 아내의 노동력으로 요리를 하고 남편은 그것을 먹는다?  지극히 가부장적인 형태가 연출되었다. '아내'라는 표현은 결혼한 남성이 자신의 배우자인 여성을 부르는 호칭이다. 따라서 ‘아내의 맛’이라는 제목은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가 만든 요리를 먹을 때 사용하게 되는 표현이 된다. 이는 가정에서 요리할 의무가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오류를 갖고 있다.


이러한 가사 노동을 여성에게만 짐 지우는 가부장적 인식은, 맞벌이 가구 비율이 46.1%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출처 2022 통계청) 적절하지 않다. 보다 성 평등에 입각한 제목이 필요하다. 미디어는 강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TV 조선은 종합편성채널로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으며 접근성 높은 채널 번호를 가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대략 10.33% (닐슨코리아 제공)의 높은 시청률을 내기도 하였으며, 해당 출연자는 당일과 다음날 네이버에서 실시간 검색어에 자주 오르내렸다.

 
 이러한 영향력을 가졌던 프로그램의 제목이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를 함유한 것으로 해석되며 아직도 비슷한 유의 제목이 재생산되고 있기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문화에 긍정과 차별을,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대상화된 개인은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발언할 능력이 결여된 존재로 축소된다.


 음식은 사물에 불과하므로, 취하고자 하면 취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런데 존엄한 인간인 여성을 이에 비유하는 일은 인격 모독이며 성차별이 되는 것이다. 한 사이트에서 ‘여자의 맛’이란 제목으로 성인 웹툰을 연재하였다. 이는 놀랍게도 성관계와 관련된 것이다. (https://me.co.kr/sub/detail.php?itemNo=625). ‘이 여자는? 저 여자는 어떤 맛일까?’ 하는 성적인 문구로 광고하는 성인만화 사이트다. 변태와 저질성향의 일본문화가 가득해 보이는 만화들이다. 여성을 오직 맛으로 치환하고 성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성인사이트다. 심지어 장모님 맛도 있다. 남자들이 상상하는 여러 여성을 맛으로 표현하는 저질사이트다. 장모님 맛이라니!


이 성인 콘텐츠는 성인인증을 거치므로 문제가 덜하지만 TV 조선 프로는 공중파에서 방송하던 것으로 선도하여야 할 언론이 오히려 그것을 부추기는 상황에 대하여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도 아내의 맛이 어찌하였다는 성적 논리의 맛이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즐기고 조장하는 방송사의 저급한 수준에 실망한다.


방송의 내용에 고부간, 가족 간, 아이들이 등장하여 다양화를 꾀하였으나 용어가 주는 묘한 성적 느낌은 제작진이 일부러 인기를 위해 의도한 것이라는 혐의가 짙어진다. 이러한 방송에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그리고 아이들까지 등장하여 방송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늦었지만 다시 한번 TV 조선에 묻는다.  


이러한 제목의 선정성, 저질, 조작의 방송이 적절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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