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K는 몹시 기분이 나빴다
전신주에 올라가 고압선 만지는 일
정말 싫었다 용접봉을 올리면서도 이 일을
하며 늙어 꼬부라지는 일에 심드렁하였다
오늘은 다른 사람이 올라가시죠
그때 사람들은 K를 가리키며
군번이 제일 끝인 그를 그대로 떠다밀었다
K는 억지로 전신주에 올라갔다
절대 허리는 펴지마
화이바를 쓰고 가야지
K는 화이바 없이 올라갔다
용접봉을 만지면서 K는
허리에 통증을 느꼈다
허리를 폈다
........
K는 다시 내려오지 못했다
눈에 먼저 핏발이 서서 터졌고
손가락 발가락 다 터진 숯
아무도 K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후회할 사이도 없이 2만 볼트 전기는
K를 전신주에 단숨에 매달아 놓았다
시집 <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 문학과 지성사,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