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시 <소리의 옹립>에서 고안해 낸 “활자”들은 너덜지대 “바위틈에 세 들어” 산다. 그 활자들이 작디작은 먼지가 되어 산천초목을 떠돌며 “깔깔” 소리 내어 웃는다. 활자엔 각종 “정보”가 담겨 생각이 춤을 추고 “내 정보”와 네 정보가 섞여 불안한 화음을 이뤄낸다.
어느새 미묘한 합창이 시작되고, 내 소리와 네 소리를 도통 구분할 수가 없어 세계와 “우주”도 시나브로 카오스 상태다. 당신과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각종 활자와 소리가 미친 듯 굽이굽이 흩날린다. 어디든 찾아가서 듣게 되는 소리의 만찬! 겸허한 자세로 소리를 낮추고, 한 맺힌 마음속을 감추려면 “소리 내지” 말라고 충고한다.
병든 고목이 즐비한 곳에도 “진초록 물이” 든다. 때론 죽은 나무도 생태계에 활력소가 되어, 숱한 곤충을 먹여 살리고 희생의 진가를 발휘한다. 연이어 생명체의 부활 및 재생의 원동력이 된다. 그들 “고사목”이 온갖 만물의 소리와 자연의 소리 그리고 집 없는 유랑자의 “발소리”에 맞춰 극한 리듬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