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세상에 빛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물음은 절대긍정의 시선으로 모든 존재물을 대할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일체의 분별없이 사물의 장점만을 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닐 때 대상에 대해 보낼 수 있는 찬사다. 이 물음 이후 화자의 거침없이 시적 대상에 대한 진심 어린 찬사와 찬양은 계속한다.
눈앞에 전개되는 현상에 대해 편견 없이 그것을 보려는 지극한 마음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철마다 피는 꽃은 빛이 있나니 그늘보다 아름답나니”라는 문면은 틀림보다 다름을 인정하며 그늘마저 포용한다. “버덩한 세상에 복 받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문면 역시 긍정이 우선하기에 화자의 관점에서 모두가 복 받아 존재하는 대상이 된다. “지금은 모오든 복 받은 것에 꽃밥을 흩뿌리면서/ 여덟 개의 눈으로 가만히 흰 깃을 닦아주”는 문면까지 지극한 화자의 분별없는 심성을 대변한다. 그렇게 “하루를 탁발하던 마음씨”로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싶은 화자다.
탁발은 자신을 바닥까지 낮추는 하심下心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걸식의 행위다. 집집마다 다니며 겸손해야 한다.『유마경維摩經』「제자품」에 “탁발은 번뇌를 버리지 않고도 해탈에 들고 집착을 끊지 않고서도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다'라고 했다. 이처럼 탁발의 중요성을 견지하며 김신영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제각기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면서 존재의 당위성을 중시하려 한다.
그렇게 순간마다 귀중품을 다루듯이 ‘하루를 탁발하는 고행자’로 겸허하게 살려고 하는 것이다. 인생을 사는 모든 사람은 하루를 탁발하는 고행자다. 오늘도 하루를 잘 탁발하면 인생은 당신의 이름에 밑줄을 긋고 구들장보다 환하게 피어날 것이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