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by 휘루 김신영

첫눈/김신영


하얗게 첫눈이 내리는 날이면

기억의 방에 장기투숙중인

첫사랑을 꺼내어 읽습니다

백마의 갈기처럼 천지에 거칠게 내리는

당신은 눈의 격정을 닮았습니다


어느때인가

눈쌓인 골목에서 다짐하던 맹세가

오늘은 밖으로 나와 천지에 흩날리고

이 사랑을 아느냐고

이런 격정의 날을 겪어 보았느냐고

동살이로 묻습니다


하여, 한번도 겪지 못한

최초의 진실에 도달하기 위하여

오늘 호숫가를 거닐고 있습니다

첫사랑은 호수 깊이 잠들어 있고

어느 바람이 부는 날에

또 당신을 생각하겠지요

다시 첫눈을 만날 수가 있겠지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눈발처럼 천지에 고백이

하얗게 쌓여

오늘도 사랑이라고

속삭이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폐허를 지키는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