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그리고 휴리스틱(heuristic)
김신영 문학박사(시인 평론가)
인간의 두뇌는 지독할 만큼 경제성을 추구한다. 경제성이란 효과의 극대화를 누리고자 하는 정신작용이라 하겠다. 돈을 들였으면 돈을 들인 만큼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아니 더 나아가 들인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원한다. 이른바 도둑놈 심보다. 또한 자신의 위치가 높으면 높은 만큼 그 지위를 이용하여 누릴 수 있는 것을 모두 누리고자 한다.
지독하게 노력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더 간단하고 노력이 덜 드는 방향으로 해결을 모색한다. 수잔 피스크와 셀리 테일러에 의해 주창된 인지적 구두쇠는 우리의 생활 전반에 사용 중인 구두쇠 심뽀와도 맞닿아 있다. 깊이 생각하기를 싫어한다. 아니 생각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되는 데로 판단하고 되는 데로 행동한다.
복잡한 사고를 멀리하고 두뇌를 쓰지 않으려 하는 구두쇠, 인지적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경향이다. 즉,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보다 쉽고 빠르게 사고하려는 경향이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은 우리의 생활 전반에 작용하면서 모든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어렵고 힘든 것보다 직감 경험 단순한 것들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린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는데 과거의 경험과 생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제대로 판단해야 하지만 인지적 구두쇠인 우리는 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판단한다. 또한 휴리스틱(heuristic)을 사용하기도 한다. 휴리스틱이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주먹구구 셈법을 말한다. 즉, 어림짐작으로 정확하지 않고 불확실하게 문제를 단순하고 즉흥적인 판단으로 추론하는 방식이다.
세상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불확실하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날마다 무언가를 판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에 인간은 생각하는 일에 피로를 느낀다. 깊이 생각하고 제대로 판단하고 몰두하여야 할 것들을 손쉽게 판단하고 생각한다. 복잡한 논리나 정확한 계산을 하지 않는다. 상식과 경험과 직관으로 판단하는 것, 이것이 휴리스틱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지적 구두쇠나 휴리스틱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의식적인 인지적인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인지적 구두쇠나 휴리스틱의 사고를 넘어서서 합리적이고 정확한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좀 더 정성적인 사고는 힘이 드는 일이기는 하다. 물량으로 부딪쳐 오는 수많은 사고도 이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많은 사람이 샀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물품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관광지가 아니다. 많이 팔린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상품이 아니다. 그런데도 인간의 판단은 물량에 약하다.
물론 인지적 구두쇠나 휴리스틱의 장점도 있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어쩌면 실용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서 잘못된 판단이나 고정관념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1등이나 물량에 잘 속는다. 요약된 것들이 좋은 점도 있으나 전부가 아니므로 오류 가능성이 크다. 이를 깊이 사고하지 않고 판단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인은 이전의 인류보다 더 큰 노력이 요구된다. 깊이 있는 분석과 사고로 더 나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최근 탄핵 정국으로 정보의 홍수를 만났다. 이에 수많은 정보로 인하여 피로를 느낀다. 그래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누가 더 낫다든가 누가 더 좋다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나 이전의 직관에 의존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확한 데이터와 깊은 사고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게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