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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Jun 23. 2023

어머니, 시는 요

김신영 시인

시를 쓰면서 불어오는 바람

궁생원이 되어 때로 헤진 옷에 시를 적어요


구차한 이슬을 마실 때도 있고요

혹한기가 닥쳐와 절필도 하지만


시는 당신이 내미는 손 주름, 시간을 헤쳐 온 바람

거리에 앉아 훔치던 눈물, 멀리 가버린 민들레


어머니, 시는 요

찬찬히 읽으면서 뜻을 생각해보는 거예요

시는 어머니가 산이고 아버지가 강이에요

아이들은 희망이고, 빛이에요


어머니 세상은 요, 하늘이고 정원이에요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는 바로 나예요

 

아, 그리고 어머니,

가끔은 글자들이 비열하게 싸움을 거니까 조심하세요

어떤 글자들은 숨은 뜻을 위해 아주 맹목적이거든요

나도 시를 위해 맹목적인 것처럼요

시인들이 글자에 비수를 숨겨 놓았거든요


그렇지만 안심하세요

하늘이 늘 어두운 것만은 아니잖아요

내 시도 외출을 하고 놀이공원에 가니까요

궁생원들이 모두 온천에 모였다는 소식이에요

영원 같은 거, 집의 안락 같은 거, 비수같은 거

거기 내려놓고 오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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