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고집 계보학

김신영 시인

by 휘루 김신영

아직도 붓을 들어 쓰고 있다는

팔순 아버지의 뿌리 깊은 족보 대하록

책상 위에 펼쳐진 흐린 정신을 쓸면서

날마다 쓰고 지우는 글씨들 난삽하네


옹고집 훈장님 아들, 가방 꼬리가 짧아

노상에서 노상 삽질을 했지

뼈마디 굵은 손가락으로 먹물을 찍어

동몽선습 천자문을 적었지


바람결에 소학이 팔십고개 언덕까지 따라와

한지에 펼치는 청정한 소리

죽기까지 한 삽의 상투를 틀어

한 치도 굽히지 않던 아버님 소리

한 올의 머릿결이 손수 책을 매고

외우는 경전, 우주에 낭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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