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섬. 1

김신영 시인

by 휘루 김신영

기꺼이/ 神에게로 가까이 가고 싶다


가질 수 없는 엿장수의 가위的 장치를

물결 이는 밤마다 요술처럼 마술처럼

내보이며 꿈꾸며/ 무거운 고요의 바다

첨벙이며 흔들리며 살찐 하늘, 가보고 싶다


여기 황폐한 문지방이며 무너진 흙담을

일으키어 출렁이는 바닷가 별들과

유성이 되어도 좋은 밤을 맞고 싶다


눈비 쏟아지는 겨울에서/ 비바람 부대끼는 여름에도

미씨개꽃 씨알 뼈에도 귀대고

나는 섬에서 솟아나는 온기를 느끼고 싶다


神이 오는 바닷가에 드리운 얼굴

섬에서 나의 불가사의를 씻고

내가 피워 올리는 향기로운 촛불로

비어있는 가슴 가슴을 채우고 싶다


그렇게 기꺼이 神에게로

가까이 가고 싶다


-「가벼운 섬 1」(『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1996)


첫 시집인『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의「가벼운 섬」 시리즈 4편 중 1편이다. 시인의 등단작이기도 하다. 위의 시에서 화자는 '기꺼이/ 神에게로 가까이 가고 싶다'라고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면서 시의 문을 연다. 이어서 신神에게 다가가는 방식에 대해 나름 궁구 한 의지를 '~싶다'로 드러내며 연속적으로 설파한다. '물결이는 밤마다 요술처럼 마술처럼' 내보이는 세계와 함께 '첨벙이며 흔들리며 살찐 하늘, 가보고 싶다'는 소박하면서도 아이들 같은 순정한 소망을 드러낸다.


'여기 황폐한 문지방이며 무너진 흙담'이라는 사실, 그만큼 화자가 겪고 있는 현실은 암담해 보인다. 따라서 '유성이 되어도 좋은 밤을 맞고 싶다'는 화자의 바람이 더 간절해 보인다. '나는 섬에서 솟아나는 온기를 느끼고 싶다' 역시 현실적으로 힘들게 견뎌내는 계절에 대해 심적으로 따뜻하지 못해서 그 반작용으로 '온기'를 희구했으리라는 짐작하게 한다.


화자는 끝내 자신이 '피워 올리는 향기로운 촛불로/ 비어있는 가슴 가슴을 채우고 싶다'며 자신이 신神에게 기꺼이 다가가는 행위자임을 긍정한다. 반복해서 수미일관 내리는 결론 부분의 '그렇게 기꺼이'는 '가벼운'과 가볍게 연결시킨다. 시인의 시적 의도로 비친다. 시인의 화자는 혼자만이 있다고 여기는 공간이 섬이라고 명명하며 그래도 그곳 섬에서 '神에게로 가까이 가고 싶'은 심경을 토로한다. 따라서 '비어있는 가슴 가슴을 채우고 싶다'는 것은 자신의 생에서 자신은 물론 타자의 섬이 되는 빈 가슴을 채우고 싶다는 의미마저 함의한다고 할 수 있다.-이덕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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