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혹성들

김신영 시인

by 휘루 김신영

방황하는 혹성들

-어떤 사망의 풍경


태양이 남회귀선까지 갔다가

춘분이 지나도 가열차게 흔들렸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뒤로, 앞으로,

약간씩 각도가 다르게 모두 흔들렸다


도로를 넘어가는 혹성들은 믿을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움직이는 거대한 생물이다


쇠자석에 앉았던 방랑은

깊이 재겨넣은 칼날을 품고

냄새나는 밭두렁을 넘어

양분 없는 땅에 서식하는 식물처럼

곤충들을 잡아먹었다


나의 영양 결핍은 대지의 빈곤이 이유였으며

벌레를 유인해서라도 보충하여야 하는 고통을 느꼈다


풍경 소리 나는 산사에서

흙에서 흙으로 돌아가는 혹성들이

학이 되어 일제히 날아오르는

꿈을 바라다본다 파스칼적인 존재의 고통


깃발을 놓쳐버린 허무 정체불명의 웃음을 안고

돌아오지 못하는 잠들지 않는 바다


안전한 이윤의 차액이 정부가 우리에게 기대고 있는

단 하나의 이유이듯이 녹슨 금속 위에서도 태양은 뜨거웠다


영혼이 닳아빠진 그분들에게 이제 흙을 덮어

그분들로 하여금 해야 할 일을 하시게 합시다


인생이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도로 쪽에서는

아직도 서성거리는 혹성들이 보였다


『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 문학과 지성사, 199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육체와의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