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머리말

by 휘루 김신영

어머니의 이름으로

인류의 역사에서 여성과 어머니는 추앙된 듯하지만, 철저히 외면당한 도구화와 대상화의 삶을 살아야 하였다. 그것은 위대하지 않았으며 역사에 기록되거나 비석에 남는 미망(未亡)으로 등장하지도 못한다.


혹시 훌륭한 여성이 등장하여도 그의 인생은 조명받지 못하고 묻히기 일쑤였다. 다시 말해 남성들에 비해 드러나거나 추앙되지 않는 사회적인 불평등 속에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여성 배제의 흑역사는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여성이 훌륭하면 드세다느니 팔자가 세다느니 아직도 구태의연한 말을 듣는다. 그러니 내 어머니나 할머니, 할머니의 할머니, 또 할머니의 할머니가 느껴야 했을 비애를 뼈아프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제 그 점을 주목하여 역사의 중심에 여성이 우뚝 설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자 한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빈한(貧寒)하고 신산(辛酸)한 삶을 산 어머니 김영란(金永蘭, 1941년 10월 20일~2019년 9월 21일, 향년 78세), 그 명민(明敏)한 삶을 토대로 하여 여성배제의 흑역사(黒歴史)로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역사를 현대적인 상황을 중심하여 나름의 편협으로 짚어 본다.

처음에는 용기를 내는 것이 두려웠다. 이 책을 쓸 자신도 생기지 않았다.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10년이 지나서 안식년 삼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용기를 내어 글을 쓰니 글에서 힘이 솟아 나왔다. 특히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의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라는 그의 카피에 마음이 갔다.


글을 쓰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작품들을 다시 살폈으며 이전보다 더 많은 허기를 느꼈다. 또한 본래의 나를 만났다. 이제 여성주의로 첫 발을 내 딛는다. 스스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또한 부족하고 불완전하다.



하늘, 끊임없이 쓰다/김신영 시인

마음은 하늘을 담고 있다

마음은 하늘을 쓰고 있다


씀바귀처럼 하얗게 눈물이

마디마다 우러나 세상이 쓰다


하늘을 담고서도 마음이 쓰다

하늘을 이고서도 마음이 쓰다


그대가 날아간 마음도 이와 같아

무거워진 머리 풀어 바람에 흔들린다


마음을 쓰고 시를 쓰고 책을 쓰고

그리하여도 하얀 속이 쓰다


그대가 날아가 버린 한 데에서

세상이 하염없이 쓰다

끊임없이 세상이 쓰다

쓴 세상을 끊임없이 쓴다


-신산하고 빈한하던 어머니의 영전에 쓰다 2019.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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